뇌혈관의 지름은 1밀리미터가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혈관벽은 이보다 얇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독일 베를린 자선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페터 바이코치는 <1밀리미터의 싸움>을 통해 뇌와 신경계 수술 사례를 소개하며 신비한 뇌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재발 가능성이 아주 큰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의사와 환자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수술을 통해 생과 사를 오가는 경험을 함께한다. 언어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 가까이에 생긴 종양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가 깨어 있는 각성 상태에서 수술해야 한다. 저자는 환자의 의식을 유지하며 수술 시간 내내 대화를 나누고, 그림들을 보여주며 질문을 한다.
저자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삶의 질을 어느 정도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수술은 경우에 따라 신경 훼손이나 장기들의 기능 손상을 감수해야만 했다. 다리 마비나 방광 기능장애와 같은 후유증을 감수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방사선 요법에 희망을 걸고 삶의 질을 양호하게 유지하느냐의 선택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