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탈리아 우파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l)이 개최한 정치 행사 ‘아트레유’에 참석해 인구 문제를 언급했다. 머스크는 출산율 저하가 세계 번영을 저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4명으로 유럽 국가 중 최저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인 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당시 머스크는 “이탈리아에선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나야 한다(Make More Italians)”고 했다.
캐서린 파카룩이 이런 주장을 펼치는 머스크에게 적절한 답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파카룩은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가톨릭대에서 재임 중인 교수다. 또 그는 자녀 6명을 둔 남편과 결혼한 뒤 8명을 출산해 지금은 14명의 어머니다. 정책으론 저출산 해결 못 해파카룩은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머스크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국가가 출산율을 낮출 수는 있어도, 되돌리는 건 훨씬 어렵다고 주장한다. 파카룩은 종교적인 신념에 기인해 어머니가 되는 데 큰 가치를 부여하는 여성이 자녀를 대부분 많이 낳는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경력 발전에 큰 투자를 한 여성은 출산·육아휴직이나 수당을 받기 위해 많은 자녀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혜택은 자신의 희생에 비하면 무가치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카룩은 저출산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자유시장적 접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녀를 갖기 위해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현금 지급 등 재정지출에 기반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계출산율이 2.9명으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이스라엘을 예로 들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종교 인구가 많아 출산율이 높은 것이지 출산 장려를 목적으로 한 보조금 지급 효과가 결정적 이유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파카룩은 여성이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했다. 그가 연구한 여성들은 출산 및 육아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직업과 경력을 중심에 두고 엄마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치관 전환이 유일한 해법파카룩은 모든 여성이 자신처럼 14명의 아이를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보다는 더 많은, 둘째나 셋째를 낳겠다는 열린 마음만으로도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인구 증가를 억제하지 않으면 지구에 재앙이 찾아온다는 ‘인구 폭탄’ 이론이 대세였다. 당시 여성은 자녀를 너무 많이 낳아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 정반대가 됐다. 합계출산율이 대체출산율에 못 미칠 경우 인구 감소, 경기 침체, 삶의 질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 부족해지고,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가 중단될 수 있다. 그는 “이미 많은 국가가 이런 상황에 접어들었다”며 “이민자 확보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부 나라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파카룩은 가치관 전환 외에 그 어떤 수단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Musk Says ‘Make More Italian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