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입자를 주입해 액체생검의 정확도를 크게 끌어올리는 기술이 개발됐다. 그간 한계로 지적되던 액체생검 개발의 속도를 높여줄 연구 성과다.
미국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 브로드연구소 연구진은 체내에 순환하는 암 DNA의 양을 일시적으로 늘려 액체생검의 정확도를 7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8일(현지시간)자에 발표했다.
암세포는 성장이 빠른 만큼 세포사멸(apoptosis)과 괴사(necrosis)가 활발히 일어나며 DNA를 방출하는데 이를 종양순환(ct) DNA라고 한다. 액체생검은 혈액 속 ctDNA를 검출해 암을 진단한다. 다만 우리 몸에는 대식세포, 핵산분해효소(뉴클레아제) 등 자연적으로 ctDNA를 제거하는 기작이 있어 진단할 만큼 충분한 양의 DNA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순간적으로 혈액 속 DNA를 늘릴 수 있는 프라이밍제를 개발했다. DNA에 결합해 분해를 막는 단일클론항체와 DNA를 제거하는 세포에 작용하는 나노입자로 이뤄져 있다. 채혈 1~2시간 전에 프라이밍제를 주사하면 일시적으로 혈액 속 DNA의 자연분해를 막을 수 있다. 마치 영상진단 검사 시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투여하는 조영제와 유사한 원리다.
연구진이 프라이밍제를 투여해 보니 혈액 샘플 속 DNA 양이 기존보다 10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히 액체생검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액체생검의 민감도(암을 암으로 판명할 확률)는 10% 미만에서 75% 이상으로 대폭 향상됐다. 민감도는 검사법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혈액 속 DNA는 하루 이내에 기준치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터 아달스텐손 브로드연구소 게스트너 암진단센터장은 "두 시간 이내 최대 활성을 얻은 후 신속하게 원상복귀된다는 사실은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프라이밍제를 구성하는 항체와 나노입자는 이미 의약품 형태로 개발된 사례가 여럿 있는 만큼 인체안전성도 입증됐다. 연구진은 암뿐 아니라 신경퇴행성 질환, 대사장애, 심부 감염질환, 산전 유전검사 및 기타 희귀질환 검출로도 진단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