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인공지능(AI)폰인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가 베일을 벗었다. 휴대폰에 내장된 AI로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 통역, 문서 요약, 사진 보정 등의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혁신 상품이다. 이번 AI폰은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양분하고 있는 모바일 생태계를 뒤흔들겠다는 삼성전자의 ‘출사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운영체제(OS)가 아니라 AI가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자신감이다.◆저무는 ‘스마트폰 시대’
삼성전자는 17일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갤럭시 언팩 2024’ 행사를 열어 갤럭시S24 S24플러스 S24울트라 3종을 공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은 “스마트폰을 넘어선 새로운 AI폰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없던 AI 기능을 적용해 시장의 판도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신형 AI폰의 기능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서클 투 서치’ 기능이다.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발견한 멋진 건물 배경 사진. 어딘지 알고 싶어 홈 버튼을 길게 누른 뒤 손가락으로 건물에 동그라미를 그리자 금세 ‘경북 군위에 있는 사유원’이라는 검색 결과가 나왔다.
웹서핑, SNS, 유튜브 등을 즐기다 궁금한 게 나오면 거기에 원을 그리면 된다. 그러면 생성형 AI가 답을 준다. 구글과 함께 개발한 이 기능을 활용하면 사용자는 여러 개의 창을 띄워 검색할 필요가 없어진다.
온디바이스 AI를 장착한 갤럭시S24는 실시간 통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등 세계 13개 이상 언어를 상대방이 듣는 언어로 바꿔준다. 자체 AI를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 앱을 내려받지 않아도 된다.
갤럭시AI를 잘 활용하면 개인 비서처럼 업무 생산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날 시연자가 삼성 노트 앱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적’이라는 글을 올리자 AI가 요약본을 금방 정리했다. 미리보기 요약 문구가 담긴 노란색 표지도 만들어줬다.
STT(스피치 투 텍스트) 기술을 입힌 음성 녹음 성능도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S24에 기본 내장된 ‘음성 녹음’ 앱으로 회의나 강의를 녹음하면 최대 10명까지 발표자별로 음성을 분리해 스크립트를 만들어준다. 이날 시연회에선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일부 장면을 들려줬다. 갤럭시S24는 이 장면에서 등장인물 세 명의 목소리를 구분해 스크립트를 작성했고, ‘단장 사임과 추후 대책 논의’라는 제목의 요약도 생성했다.
◆갤럭시S24 구원투수 될까AI 기반의 ‘생성형 편집’도 핵심 기능이다. 배경이 잘렸을 경우 AI가 잘린 부분을 채워준다. 사진 내 피사체를 이동하거나 크기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상의 빈틈도 메워준다. 슬로모션 동영상은 새로운 프레임을 추가해 동영상이 자연스럽게 재생되도록 한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도 강력해졌다. S24울트라는 AI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장착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4 시리즈를 통해 애플 주도의 휴대폰 시장 판도를 흔들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2억346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삼성전자(2억2660만 대)를 추월했다. 시장 점유율 또한 20.1%로 삼성전자(19.4%)를 앞섰다.
판매 전략은 고급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 침체로 중저가 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프리미엄폰 판매가 늘고 있어서다. S24울트라는 시리즈 최초로 티타늄을 사용해 소재를 고급화하고 내구성을 높였다. S24플러스와 S24는 단말기 뒷면과 프레임이 유려하게 연결되는 일체형 디자인이다.
가격은 최상위 모델인 S24울트라가 전작보다 약 10만~15만원 인상됐다. S24와 S24플러스는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S24울트라는 저장 용량에 따라 △256GB 169만8400원 △512GB 184만1400원 △1TB 212만7400원이다. S24는 115만5000원(256GB), 129만8000원(512GB)이고 S24플러스는 135만3000원(256GB), 149만6000원(512GB) 등이다. 19~25일 국내에서 사전 판매하고 31일부터 국내를 비롯해 세계에 차례로 출시한다.
박의명 기자/새너제이=최진석 특파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