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7일 17: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IBK투자증권이 마스턴투자운용에서 매입을 포기한 인천 항동 물류센터 일부를 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른 시점에 진행된 거래가 줄줄이 깨지는 가운데 진행된 매입 거래라 관심이 커지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최근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인천 중구 항동 저온물류센터 매입에 300억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익증권 인수 확약을 이행해 항동 물류센터 자산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항동 물류센터는 지난해 4월 마스턴투자운용이 선매입을 포기한 자산이다. 마스턴운용은 2020년 6월 에쿼티(주식) 900억원, 대출 1100억원을 비롯해 2000억원을 들여 물류센터 인수하는 선매입 계약을 체결했다,마스턴운용은 시공하던 하도급 업체와의 분쟁을 막아달란 요구를 시행사에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수를 철회했다. 하지만 물류센터 가격이 매입하기로 결정한 2020년 6월 수준을 크게 밑돌자, 인수를 철회했다는 관측도 있다.
IBK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 하나증권은 이 거래에서 각각 300억원씩 수익증권 인수 확약을 했다. 물류센터 시행사와 대주단은 마스턴운용이 인수를 포기했으니 IBK, 현대차, 하나증권이 떠안으라 요구했다. 증권사들은 마스턴의 선매입 포기로 펀드 조성이 이뤄지지 않아 자신들 또한 매입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이 물류센터 자산이 가치 하락을 맞았다는 점도 증권사들이 약정을 이행하기 어려웠던 배경으로 꼽힌다. 항동 물류센터는 인천 중구 항동7가 95-4에 위치해 있다.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로 연면적 7만6027㎡(2만2998평)에 달하는 대형 물류센터다. 특히 100% 저온 창고로 구성돼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저온 수요가 줄어들며 임차인을 채우기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해 4월 이후 대주단과 협상을 이어오던 증권사들은 같은 해 9월 협상을 접었다. 항동 물류센터에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나섰던 대주단은 소송을 예고했다. 본래 메리츠증권이 본 PF를 조달했으나 SC제일은행, BNK캐피탈, 신한캐피탈, 산은캐피탈 등에 셀다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 PF 구성은 단일 트랜치로, 총 PF 대출금은 1650억원이다.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하게 생긴 대주단은 소송을 위해 자산의 기한이익상실(EOD)도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한 상황에 놓였다. 그러던 중 IBK증권이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나서며 상황이 바뀌었다. IBK증권은 약정을 이행하는 대신에 대주단과 동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 요구했고, 대주단이 이를 받아들여 거래가 성사됐다.
IBK증권이 약정 이행으로 선회한 것은 물류센터 임차인을 채우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임차인을 확보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단 판단이다. 또 소송에서 지게 되면 자산을 받지 못하고 손해배상금을 줘야 할 수 있단 점도 약정 이행으로 선회한 원인 중 하나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IBK기업은행 산하 증권사란 점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고금리에 이행 약정을 취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IBK증권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며 “매각이 잘 되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사로서 신뢰를 지키기 위해 약정을 이행한 것”이라며 “증권사를 대표해 협상을 이어왔으나 다른 증권사들이 인수를 안하기로 해 우리라도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