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유 오피스, 공유 킥보드 업체들이 깜짝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한 위워크, 버드 등의 글로벌 기업이 줄줄이 파산을 선언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서 ‘한국형 공유경제 모델’을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몸집 커진 국내 공유 오피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2위 공유 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이 모두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두 회사의 2022년 매출은 각각 1186억원과 633억원이었다. 스파크플러스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파이브는 적자를 이어갔지만 전년보다 규모가 감소했다. 글로벌 1위 공유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가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파산 보호 신청을 한 것과 비교된다.
공유 경제의 또 다른 축인 퍼스널모빌리티(킥보드 등) 분야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때 기업 가치가 3조원이 넘었던 미국 공유 전기 스쿠터업체 버드는 지난달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국내 업체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바이크의 지난해 매출은 1년 전보다 3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매출은 522억원이었다. 지난해 더스윙의 매출도 전년(456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돈 되는 것은 다 한다”공유 경제는 남은 자원을 타인과 공유해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부가가치를 소비자와 사업자가 나눠 갖는다는 것이 공유 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엔 ‘업의 개념’이 종합 대여 기업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오피스 등의 유휴 자원을 공유하는 것만으론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사업 모델을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고객사에 사무 공간뿐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파이브클라우드), 사무실 인테리어 등을 제공하는 패스트파이브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퍼스널모빌리티 기업은 킥보드 구매 비용을 확 줄이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다. 해외 주요 퍼스널모빌리티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면 전동퀵보드 사용 가능 기한은 미국이 1년, 유럽은 1.5년이다. 업계에서는 이것도 길게 잡았다고 본다. 미국은 보통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킥보드 관리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지바이크와 더스윙의 킥보드 사용 기한은 5년에 이른다. 외주를 주지 않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직접 킥보드를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파손되는 모빌리티 기기를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 공유 경제 업체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훈 더스윙 실장은 “해외에서는 다른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아 공유 사무실이나 킥보드를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며 “해외 업체보다 유지 관리 비용이 확실히 덜 든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