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일반고 전환이 예정된 외국어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국제고가 그대로 유지된다. 문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가 일반고 전환을 1년 앞두고 살아남게 되면서 고등학교 입시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2025학년도부터 현재 9등급인 고등학교 내신평가가 5등급으로 간소화되고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것과 맞물려 특목고·자사고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위 학생 간 경쟁으로 내신등급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단점이 크게 완화되기 때문이다.
○외고·자사고 폐지 전면 ‘백지화’교육부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사고 등을 존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해당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5년부터 자사고 등의 학교 유형을 폐지하기로 한 지 4년 만에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부터 줄곧 거론돼온 자사고·특목고 존치는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획일적 평준화 정책을 바로잡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해 공교육 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신 전국 단위 선발 학교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지역학생으로 선발해야 한다.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 중 7곳(용인외대부고·인천하늘고·북일고·김천고·하나고·포항제철고·상산고)이 이미 기준을 넘기고 있어 이들 학교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기존에 지역인재를 1명만 선발하던 민사고는 앞으로는 강원도에서만 36명을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한다. 광양제철고도 지역학생 선발 인원을 26명에서 45명으로, 현대청운고 역시 31명에서 36명으로 늘려야 한다.
또 기존에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없던 6개 전국단위 자사고(옛 자립형사립고)도 사회통합전형으로 20% 이상을 선발해야 한다. 다만 사회통합전형 미달 시에는 부족 인원의 50%를 일반전형으로 뽑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특목고 존치에 따른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과열 우려에 대해서는 후기 학생 선발 방식과 자기주도학습전형을 계속해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외고를 일반고와 함께 12월에 선발하는 후기고로 남겨 우수 학생 쏠림과 입시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다. ○업계 “특목고·자사고 ‘쏠림’ 심화”입시업계는 이번 조치가 우수 학생의 자사고·특목고 쏠림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수한 학생이 모인 특목고·외고에서 좋은 내신 성적을 얻기 어려워 진학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으로 고교 내신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올해 중학교 3학년부터는 고교 입학 이후 내신 평가가 기존 9등급이 아니라 5등급으로 완화된다. 1등급 비율이 상위 4%에서 10%로 확대되면서 내신 경쟁이 완화하는 셈이다. 교양과목과 사회·과학 융합선택 등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과목도 생겨나 내신 부담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외고·국제고 경쟁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과 쏠림’ 현상 속에 외고가 내신을 잘 받기 위한 선택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학년도 고입 결과 전국 28개 외고의 입학 경쟁률은 1.32 대 1로 지난 4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를 희망하는 상위권 중학교 3학년 학생 입장에서는 일반고로 진학했을 때 학생 수가 적어 내신 등급을 받기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차라리 외고·국제고로 진학해 내신을 잘 받자’는 심리가 생겨났다”며 “고교 내신이 5등급 절대평가제로 운영돼 내신 부담이 줄어 학생부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외고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