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주사 '삭센다' 품귀…불법유통 판친다

입력 2024-01-16 18:35
수정 2024-01-24 16:35
‘기적의 다이어트 주사약’으로 유명해진 전문의약품 삭센다(사진)를 처방전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새해 다이어트를 시작한 일반인 수요가 폭발하며 수급에 문제가 생겨서다. 정식으로 살 수 없는 삭센다를 온라인에서 처방전 없이 사고파는 불법 거래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유명 다이어트 온라인카페와 다수 네이버 블로그에서 꼽는 ‘삭센다 성지’는 서울 종로5가에 있는 A의원이다. ‘다이어터’에게 가장 빠르고 쉽게 전문의약품인 삭센다 처방을 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A의원이 입소문을 타면서 종로4, 5가 일대에 삭센다 처방을 해주는 의원이 크게 늘었다. 서울 강남 피부과·성형외과 밀집촌도 손쉽게 처방전을 받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사제 형태의 삭센다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이다. 2형 당뇨, 고도비만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식욕 억제 효과가 알려지면서 최근 3~4년 새 널리 퍼졌다. 본격 투약하면 한 달간 5펜(15mL)이 필요하며 비용은 40만~50만원가량이다. 성지로 알려진 병원과 주변의 약국을 통하면 한 달 평균 10만~20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의원에 전화로 문의하니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간단한 상담 후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주변 약국 관계자는 “새해 다이어트 목적으로 삭센다를 찾는 손님이 너무 많아 최근 재고가 떨어졌다”며 “총판에선 다음달에도 공급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종로의 약국 다섯 곳과 강남 약국 두 곳의 사정도 같았다.

품귀현상에 일부는 불법 의약품 거래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삭센다를 처방전 없이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채팅방에서 한 업자에게 구매를 문의한 결과 “처방전 없이도 가능하다”며 “해외에서 들여와 배송에 3~4일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격은 5펜에 35만원. 이 업자는 의원에서 ‘신데렐라 주사’ ‘백옥주사’ ‘연어주사’ 등으로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가격표도 함께 제시했다.

현행 약사법상 전문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사고파는 건 모두 불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 관리 체계상 정식은 아니고, 해외에서 약품을 구매해온 뒤 웃돈을 붙여 파는 구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의 삭센다 오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유명 다이어트 온라인카페와 블로그엔 수만 개의 삭센다 관련 글이 올라와 있다. 투약 시 일반적인 변비, 설사,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도 ‘감수할 만하다’는 후기도 많다. 김태환 강남케이라인의원 원장은 “식욕을 억제하는 삭센다는 요요현상에 취약하다는 게 단점”이라며 “식습관 개선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