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을 막론하고 ‘베스트 셀러’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제품 자체에 매력이 있어야 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스펙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쟁 제품을 압도할 수는 없는 일. 좋은 재료를 싼값에 사는 구매 경쟁력, 꼼꼼한 손놀림으로 불량을 없애는 제조 실력,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마케팅 파워가 더해질 때 비로소 베스트 셀러가 탄생한다.
제품의 매력을 높이는 게 연구개발(R&D)의 영역이라면, 그 매력을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건 구매·제조·마케팅·애프터서비스(AS)의 몫이다. 삼성이 ‘두뇌’만큼이나 ‘손과 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올해 행보에 이 모든 게 담겨 있다. 지난 10일 ‘삼성의 두뇌’ 삼성리서치를 찾은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외부 행사로 ‘삼성 명장(名匠)’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삼성 명장은 제조기술·품질·구매·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들이다.
이 회장은 16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2024 삼성 명장’ 15명과 연 간담회에서 “미래는 기술인재 확보와 육성에 달려 있다”며 “기술인재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이 명장을 처음 선발한 건 2019년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두뇌뿐 아니라 손발도 강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격려금과 수당은 물론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삼성 시니어트랙’ 우대 혜택을 주며 직원들이 명장 자리에 도전하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54명이 명장 칭호를 달았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두 차례 외부 행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삼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기술”이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미래 먹거리 분야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난주 차세대 통신인 6G(6세대) 기술 확보를 강조한 지 엿새 만에 기술인재들을 챙긴 건 초격차 기술 확보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은 2028년까지 핵심 산업에 총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