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문 닫을 것 각오해야"…최악의 시나리오 나왔다

입력 2024-01-16 13:44
수정 2024-01-16 13:55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절반가량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의 긴축 통화정책에 따른 고금리와 함께 세계 각지에서 빚어지는 무력 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CEO 47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작년 10~11월 세계 105개국에서 활동하는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PwC는 매년 다보스포럼 개막 첫날에 CEO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올해가 27번째다.

응답자들의 45%는 올해 세계 경제가 작년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5%,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16%였다. 밥 모리츠 PwC 회장은 “경기가 전년 대비 둔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작년(73%)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경기 비관론이 낙관론을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설문에 응답한 한국 CEO의 64%가 올해 세계 경제의 둔화를 예상했다. 글로벌 CEO 평균 응답률(45%)보다 높다.

앞서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00~2019년 평균 성장률(3.8%)을 크게 밑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는 2022년(3.0%)과 지난해(2.6%·전망치)에 이어 3년 연속 둔화할 전망이다.

다보스포럼 주최 측이 이날 세계 경제학자 5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에서도 경제학자들의 56%는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대비 세계 경제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거나 성장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44%에 그쳤다. 특히 경제학자들의 70%는 미·중 패권 경쟁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경제권역을 분열시키는 현상이 올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EO들은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 약화와 함께 기업 내부의 비효율적인 문화가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에 응답한 CEO들의 40%는 “기업 내부에서 진행되는 회의와 각종 절차 및 의사결정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모리츠 PwC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이런 비효율은 10조 달러가량의 세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CEO들의 45%는 “재창조(reinvent)에 버금가는 혁신 없이는 향후 10년 이내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1년 전 응답 비율(39%)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CEO들은 혁신을 위해 대표 방안으로 인공지능(AI)을 제시했다. 응답자의 58%는 AI가 1년 내 제품·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나아가 응답자의 70%는 향후 3년 내 AI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응답자의 25%는 “AI 도입에 따라 올해 인력을 5% 감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특히 AI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32%) △은행·자본시장·보험(28%) △운송·물류(25%) △통신(25%) 등이 꼽혔다.

다보스=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