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승을 노린 안병훈(32)이 정상의 문턱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안병훈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에서 열린 PGA투어 소니 오픈 마지막 날 버디 6개와 이글 한 개,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63타를 기록한 안병훈은 키건 브래들리(38·미국), 그레이슨 머리(31·미국)와 연장전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PGA투어에 진출한 이후 다섯 번째 준우승이다.
우승은 놓쳤지만 안병훈의 상승세를 확인한 대회였다. 안병훈은 2024시즌 개막전인 더 센트리에서 단독 4위에 오른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4위였던 안병훈은 4라운드에서도 내내 리더보드 상단을 지켰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은 안병훈은 브래들리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고, 머리도 버디로 홀아웃하면서 3인의 연장전이 성사됐다.
18번홀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 안병훈은 티샷을 깊지 않은 러프 지역으로 보냈다. 두 번째 샷도 그린 오른쪽 러프 오르막 경사에 떨어뜨렸지만 어프로치 샷을 홀 1.3m에 붙여 생애 첫승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반면 머리는 흐름이 순탄치 않았다.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러프로 보내는 바람에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리지 못했다. 세 번째 샷도 홀과는 거리가 있었다. 승부는 퍼트에서 갈렸다. 머리가 12m 거리의 퍼트를 성공시키며 먼저 버디를 잡아냈다. 반면 안병훈의 짧은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해 우승컵은 머리에게 넘어갔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안병훈은 세계랭킹을 크게 끌어올렸다. 세계랭킹 60위로 올해를 시작한 그는 2주 만에 39위까지 순위를 올렸다. 세계랭킹 50위까지 주어지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 자격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위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