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십이지장에 빛 쪼여 K세포 죽였더니 체중 7% 감소"

입력 2024-01-15 16:45
수정 2024-01-15 16:46


십이지장에 빛을 쪼여 특정 세포를 죽였더니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사람에게도 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문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구철룡 내분비내과 교수, 나건 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교수와 이상희 연구원팀은 내시경을 활용한 빛 치료로 당뇨병 마우스 모델의 몸무게와 지방량을 각각 7%, 6% 줄였다고 15일 발표했다.

정 교수팀은 내시경을 통한 광역동치료(PDT)가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에 효과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설계했다. PDT는 빛에 반응하는 광과민제에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주변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치료를 위해 십이지장에 분포하는 L세포와 K세포 중 K세포를 표적으로 삼았다. K세포가 주로 분포하는 십이지장 내부에 광과민제를 주입한 뒤 특정 파장의 빛을 쪼여 K세포를 제거하고 L세포 증식을 돕는 원리다.

K세포는 위억제폴리펩타이드(GIP)를 분비해 대사질환을 악화시킨다. L세포는 글루카곤유사펩티드(GLP)-1을 분비해 혈당체중식욕을 줄여준다. 이를 통해 대사 질환 치료를 돕는다.

내시경 광역동치료를 당뇨에 걸린 마우스 모델에 적용했더니 GIP 분비가 줄어 무게는 7%, 지방량은 6% 줄었다. 당뇨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구 교수는 "광역동치료를 통해 소장 대사질환에 관여하는 세포 비율을 바꿔 최근 각광받는 비만 치료 약제 대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비만대사 수술은 위를 줄이거나 영양을 흡수하는 소장의 길을 바꾸는 치료다. 당뇨병과 비만 치료 효과가 크지만 수술에 대한 부담 탓에 실제 치료 받는 환자는 1% 정도에 그친다.

수술 후 부작용도 문제다. 소화 과정을 빠르게 거치면서 구토 어지럼증 식은땀 등이 나타나는 덤핑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위 폐쇄, 영양실조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계에선 내시경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정 교수는 "광역동치료는 수술에 비해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며 "인체 적용을 위해 시술을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하는 추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