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가의 거주지인 윈저성에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하려는 왕실 계획에 고고학계가 유적지 훼손 우려로 난색을 보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영국 왕실은 950년 된 윈저성 경내에 전기차 충전소 6곳을 설치하는 계획을 지역 당국에 제출했다. 4곳은 윈저성 뒤편 홈 파크 주변에, 2곳은 윈저성 옆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기후 위기에 관심이 높은 찰스 3세가 전기차를 이용하는 빈도가 점점 늘기 때문이다. 찰스 3세는 2018년 6만 파운드(약 1억원)짜리 재규어 I-페이스를 구매했고, 2021년 테슬라를 6개월간 빌렸다.
지난해엔 한 번 충전으로 333마일(약 535㎞)을 주행할 수 있는 8만 파운드(약 1억3000만원)짜리 아우디 Q8을 구입했다. 찰스 3세가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서 21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애스턴 마틴 DB6도 잉여 와인으로 만든 바이오 에탄올로 구동되도록 개조했다.
이런 왕실의 계획에 고고학자들은 난색을 보이며 전기차 충전소 설치가 유적지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자고 촉구했다.
고고학 자문기구인 '버크셔 고고학'의 에드윈 우드는 윈저·메이든 헤드 왕립 자치구 의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예정 부지는 윈저성에 바로 인접했고 그 경내에 있다"며 "이번 개발로 지반이 교란되면 고고학적 유적이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런던 템스강 주변에 있는 윈저성은 11세기 윌리엄 1세가 전쟁 방어 목적으로 세운 성이다. 1070년 공사를 시작해 1086년 완공했다.
영국 왕실의 공식 거주지 중 한 곳으로, 내부 성 조지 교회 지하엔 엘리자베스 2세 등 역대 국왕들이 묻혀 있다.
왕실은 기존 건물 구조에는 어떤 작업도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전기차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공식 왕실 거주지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왕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항상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