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가 격화하면서 정부와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규모 수출 중단, 에너지 수급 위기 등으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14일에도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SK에너지 등 주요 정유회사와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었다. 산업부는 “중동 인근에서 선적 중인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정상 운항 중”이라면서도 “사태 전개에 따라 에너지 수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비축 현황을 확인하고 비상대응책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 12일에는 ‘수출 바우처’를 활용한 중소기업 물류비 및 수출 선박 지원 등 대책을 논의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달 말부터는 수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내 산업계는 사태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전·석유화학 등 이집트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 다수는 이미 한 달 가까이 물류 차질을 겪고 있다.
유럽에 조립 공장을 두고 수에즈 운하를 통해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에서 원자재·부품을 조달하는 기업들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이집트와 폴란드에, 삼성전자는 폴란드와 헝가리,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두고 있다. 1~2개월치 재고로 당분간 버틸 수 있지만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KOTRA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집트까지 운항 일수가 최대 21일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박한신/빈난새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