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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 테슬라와 볼보가 부품을 제때 받지 못해 생산 공장을 멈춰 세우는 등 홍해·호르무즈해협 군사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틀에 걸친 미국 공세에도 불구하고 후티 반군이 반격을 예고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테슬라에 이어 볼보도 생산 차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보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이번주 사흘간 벨기에 겐트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기어박스 납품 지연이 그 이유다. 테슬라도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독일 그륀하이데 기가팩토리 가동을 중단한다. 테슬라는 “홍해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고 그 결과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물류가 희망봉을 따라 운송되면서 그륀하이데 공장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문회사 베어드는 “테슬라의 1분기 납품 대수가 1만~1만4000대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소매·제조 업체도 배송 문제를 겪고 있다. 대형마트 타깃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일부 품목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농기구 공급업체 트랙터서플라이는 일부 제품 입고가 최소 2일, 길게는 20일 이상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신발 제조업체 크록스 역시 유럽 매장들이 2주 정도 늦게 상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파나마 운하는 운행량 33% 감소이런 공급망 위기는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홍해가 예멘 후티 반군의 거듭된 공격으로 사실상 마비된 결과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중 상당수는 홍해 항로를 이용한다. 지중해를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 경로다. 이곳에서 후티 반군은 두 달간 28차례에 걸쳐 상선들을 공격했다.
이에 세계 10대 해운사 중 머스크, MSC, 하파크로이트 등 6개 회사가 홍해를 우회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해 컨테이너선 통행량은 전달보다 31% 감소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선박이 홍해가 아니라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평균 7~10일 더 소요된다.
수에즈 운하와 함께 세계 양대 뱃길로 꼽히는 파나마 운하의 통행량 감소도 공급망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파나마 운하의 하루 최대 통과 선박 수는 22척으로, 작년 7월 36척보다 33% 줄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운하 작동에 필요한 수량이 감소하자 하루 운행량을 조절한 것이다. 미국 보험중개사 마시&멕레넌의 롤리나 클린트 유럽 최고상업책임자는 “전 세계로 상품을 운송하려는 기업은 파나마 운하에도, 수에즈 운하에도 의존할 수 없는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두 교역로가 마비되면서 해상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206.33으로 두 달 전보다 101% 상승했다. 운송업체들이 우회 항로를 택하면서 연료와 보험 비용이 더 늘었다. 항해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용한 선박 수가 감소한 여파도 작용했다. ○美 이틀 연속 공습…후티 “반격할 것”미국 등 서방은 위기의 발단인 후티 반군을 겨냥해 이틀 연속 공습을 퍼부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반격을 예고해 긴장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새벽 해군 구축함 USS카니호가 토마호크 미사일을 통해 예멘 수도 사나에 있는 후티 반군 레이더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이 사나 반군 근거지 약 30곳을 타격한 지 하루 만이다. 한 미군 당국자는 이 시설이 홍해 해상 교통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공격에 나섰다고 전했다.
같은 날 나스레인 아메르 후티 정보부 차관은 알자지라 인터뷰를 통해 해당 공격에 따른 피해 및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했다. 홍해 사태가 장기화해 4월 공급망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망 추적 플랫폼 포카이트의 세스 프레드릭슨 제품관리 부사장은 “홍해 사태가 2~3주 더 지속되면 4월과 5월에 제품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