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상을 떠난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는 국내 제약 경영인들의 롤모델이다. 다른 제약사가 수입 약으로 매출을 키울 때도 묵묵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국산 신약 기술수출 역사를 새로 썼다.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 간 통합 발표 후 ‘창업주가 일군 한미의 레거시(유산)가 사라질까봐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통합 법인의 제약·바이오사업을 책임질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사진)이 직접 우려를 불식했다. 임 사장은 지난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창업주의 신약 개발 정신이 한미의 미래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의 연구개발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며 “신약 개발이 빠르게 진척돼 곧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임 사장은 지난해 7월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에 오른 뒤 대대적인 R&D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바이오’와 ‘합성’으로 이분화된 구조를 질환 중심으로 세분화했다. 글로벌 제약사처럼 미래 성장성을 토대로 신약 기술을 찾겠다는 의미다. 잠자고 있던 ‘한국형 비만약’ 파이프라인을 꺼내 개발을 주도한 것도 그다. 임 사장은 “지난해에만 해외 학회에서 40건이 넘는 신약 과제를 발표했다”며 “미국 머크(MSD) 등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20여 년간 창업주를 독대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아버지이기 전에 존경하는 경영자’라고 부친을 설명한 임 사장은 “‘신약을 개발하지 않는 제약사는 죽은 기업’이란 말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앞장서 걸으면서 혁신의 길을 찾아온 한미의 DNA는 이번 통합 과정에도 그대로 이식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의 전문성과 OCI의 글로벌 안목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이란 취지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의 반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부친이 일군 회사를 지키는 데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임주현 사장도, 그의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도 가장 큰 고민은 ‘갈등 탓에 직원들이 동요해 회사가 흔들리는 것’이었다. 송 회장이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격려한 이유다. 송 회장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톱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동력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