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위축에 M&A시장 얼어붙자…행동주의펀드 "기업 몸집 줄여라"

입력 2024-01-14 18:47
수정 2024-01-15 01:08
지난해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기업 분할 요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 위축 여파로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자 사업부 매각이라는 우회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를 인용한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 밸류액트캐피털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난해 시도한 투자전략 중 기업 분할 및 사업부 매각이 49%를 차지했다. 지난 4년 평균값인 42%보다 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엘리엇은 지난해 미국의 무선 통신기업 크라운캐슬에 무선 송전탑 사업부를 매각하라고 촉구했다. 밸류액트캐피털은 세븐앤드아이홀딩스에 세븐일레븐 편의점 사업부를 분할한 뒤 매각하라고 압박했다. 이레닉캐피털매니지먼트와 스타보드 등도 뉴욕포스트를 보유한 뉴스코퍼레이션에 부동산 사업부를 매각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행동주의 펀드가 우회 전략을 쓰는 건 M&A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영향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M&A 규모는 전년 대비 18% 줄어든 약 3조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동안 최저치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기업을 통째로 매각하는 대신 사업부 단위로 분할한 뒤 매각하는 우회 전략을 짰다는 설명이다. 짐 로스먼 바클레이스 글로벌 주주 자문 책임자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지난해 기업들에 고금리 상황을 받아들이고 몸집을 줄이라고 꾸준히 압박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주요 전략이 바뀌면서 경영진에 대한 압력은 줄어들었다. 리서치업체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캠페인 중 경영진과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는 안건은 10%에 불과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46% 증가한 26.2%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