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당선자(사진)는 대표적인 ‘대만 독립주의자’이다.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 더욱 강력한 친미·반중 노선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만은 주권 국가로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대만을 제2의 홍콩, 제2의 티베트로 만들 수 없다” 등의 발언으로 중국의 반발을 샀다.
라이칭더가 당선되면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은 대만이 직선제를 도입한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번(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한 당이 됐다. 민진당의 반중 노선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라이칭더는 1959년 타이베이의 시골 해안 마을인 완리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2살 때 탄광 폭발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라이칭더는 선거 전날 신베이시에서 한 마지막 유세에서 쉰 목소리로 "아버지와 마을 어른들이 광산에서 일을 했는데 광산업이 대만 발전에 공헌이 컸다"며 "나는 광부의 아들이라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대만대 의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학 석사를 거친 '수재'다. 의사 생활을 하다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과거 업무 수행차 차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직접 부상자를 구한 일로 '인의'(仁醫)라는 별명도 얻었다.
입법위원(국회의원) 4선에 성공한 뒤 2010년부터 타이난 시장을 지냈으며 2017년 차이잉원 정부의 두 번째 행정원장(총리)에 임명됐다. 2019년 민진당 내 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잉원과 경합했다가 패배한 후 그의 러닝메이트가 됐고 2020년 5월 차이 총통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부총통이 됐다.
그는 일찌감치 차이 총통 뒤를 이을 민진당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아왔다. 2022년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참패한 것에 책임지고 차이 총통이 주석에서 물러난 후 이듬해 1월 민진당의 새로운 주석으로 뽑혔다.
이번 선거에서 양안(중국과 대만)간 전쟁 위험성을 거론하며 민진당 집권 반대에 나선 친중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에 맞서 '대만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며 민심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최근 수 년간 홍콩 민주화 운동이 중국 당국에 의해 '궤멸'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우리에게 지금 익숙한 민주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 해바라기 운동, 중국의 '일국양제 대만방안'에 반대투표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라며 "올해 민주주의 첫승이 대만이 되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는 독립 성향 민진당에서 차이 총통보다 더 강경파로 분류된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에 맞서 "대만은 이미 주권국가", "주권 국가인 대만에 통일과 독립의 문제는 없으며 대만 독립 선언은 불필요하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 공식' 수용은 주권을 양도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등의 발언을 이어오며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이룬 공통 인식을 일컫는 것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것이 골자다. 친중 국민당은 이를 수용하는 입장이나 민진당은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라이칭더 당선을 계기로 중국의 대만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4월 라이칭더가 민진당 총통 후보가 된 이후로는 "완고한 독립 강경론자", "대만 독립을 위한 실무자",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 등의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해왔다. 이런 만큼 라이칭더는 대선 승리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양안 위기 관리라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그는 대선 기간 "대등과 존엄이 유지된다면 중국과의 교류, 협력에 기꺼이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과 교류 및 협력할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내건 '대응과 존엄'은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중국의 기본 입장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양안 갈등은 더 커지면 커졌지 잦아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빠른 시일 내에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그간 민진당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양안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위협'을 가해왔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준을 더 높이는 것은 물론 경제적 제재 조치를 더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