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신규 분양 단지들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연초부터 분양시장 분위기가 더 얼어붙는 모양새다. 수도권 분양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단지가 위기를 겪는가 하면 입지와 브랜드를 앞세우고도 마감에 실패한 단지가 나온다. 이에 분양 시장에선 전략적으로 합리적 분양가를 내세워 청약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광명뉴타운에서 올해 처음으로 분양에 나선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는 최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2개 평형 중 8개 평형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전용 59㎡와 84㎡ 등 인기 평형은 최고 26.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전용 34㎡ 등 소형 평형에선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 가구가 나왔다.
업계에선 ‘국평’(전용 84㎡) 기준 12억원이 넘는 분양가가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12억3500만원인데, 주변 단지 시세보다도 가격이 높다는 반응이 나왔다. 작년 10월 분양한 ‘트리우스 광명’의 같은 크기 분양가가 11억5000만원이었는데, 그보다도 분양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양주에선 ‘덕계역 진산 블루시엘’이 분양에 나섰지만, 1순위 청약 결과 54가구 모집에 단 8명만이 접수했다. 경쟁률은 0.15대 1로, 2순위까지 합하더라도 청약 접수는 단 20건에 그친다. 지난해 말 분양을 진행한 안성과 평택 등에서도 0%대 청약 경쟁률 단지가 나오면서 청약 한파 걱정을 키웠다.
사정은 최근 분양이 활발한 수원도 마찬가지다. 수원시 권선구에 조성되는 매교역 팰루시드는 1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특별공급 소진율이 53%에 그치는 등 부진 우려가 컸었다. 단지는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8억9300만원을 기록했다. 확장 옵션을 포함하면 분양가는 9억1400만원을 넘긴다. 지난해 하반기 인근 지역에서 분양한 ‘오목천역 더리브’와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의 전용 84㎡ 분양가(확장 포함)가 각각 7억7000만원, 8억9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더 오른 셈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단지들의 분양가격이 높아지며 지난해 초부터 청약 한파 우려가 컸었다”며 “올해 분양하는 단지들은 가격이 더 비싼 곳이 많아 더 큰 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분양가 논란이 커지면서 아예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청약 한파에 맞서는 단지들도 있다. 연무동복합개발이 공급하는 ‘서광교 한라비발디 레이크포레’는 이달 말 분양을 앞두고 있는데, 예상 분양가가 전용 84㎡ 기준 8억 초반대로 알려졌다. 앞서 인근에서 분양한 매교역 팰루시드가 높은 분양가에도 마감에 성공했는데, 가격 경쟁력을 더 높여 연초 청약 흥행에 도전한다. 최근엔 안정적인 사업성을 인정받아 공적 보증을 통한 본PF 확보에도 성공했다.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일원에 지하 1층~지상 최고 28층, 2개 동, 285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단지는 마진율을 낮추면서도 각종 고급화 설계를 통해 상품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가구별 현관 앞에 별도로 마련되는 ‘비스포크 스토리지’와 고급화 설계, 대형 커뮤니티 시설 등을 함께 제공한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공급되는 '제일풍경채 검단 3차’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단지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 과천에서도 ‘과천지식정보타운 디에트르’ 등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평균 분양가가 높아지며 예비 청약자들이 시세 차익이 확실한 곳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청약에 나설 때 인근에 먼저 분양한 단지들과 분양가를 비교해보고 접수하는 게 청약자에게도 유리하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