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항로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해상운임이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 기업 주가도 급등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 추세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6.31% 오른 2206.03을 기록했다. SCFI는 최근 6주간 122% 치솟았다. 해운주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날 흥아해운은 가격제한폭(29.89%)까지 오른 40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75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상한가로 끌어올렸다. 대한해운(14.51%), HMM(5.41%), KSS해운(5.43%)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말 친이란 예멘 반군인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영국 선박을 공격했다. 이란도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에 영국과 미국은 이날 후티 반군 근거지 공습에 나섰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 해운사들은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운항 기간이 7일 이상 늘어나 글로벌 선복량(선박 내 화물을 실을 공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해는 전 세계 해상무역의 15%가 통과하는 지역”이라며 “이번 갈등으로 글로벌 금융·원유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상 운임이 장기간 강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2020~2021년 고운임 시기에 발주된 선박이 대거 인도될 예정이어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신규 선복량은 323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기존 선복량(2846만TEU)의 11%에 달한다. 내년과 후년에도 각각 6%, 4%의 선박 공급이 예정돼 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중동지역 분쟁이 운임 상승을 가져왔지만, 결과적으로 선박 공급 과잉은 해소하기 어렵다”며 “SCFI는 850~950선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