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이 영장심사에 자진 출석한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워 유치장으로 호송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수갑을 해제하라”는 피의자 측 요구를 묵살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은 피의자가 해당 경찰관을 상대로 제기한 준항고 신청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형사6단독 김지영 판사는 최근 A씨가 대전경찰청 소속 사법경찰관 B,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준항고 신청을 받아들였다. 김 판사는 “수갑을 해제하라는 A씨 측 요구를 B, C씨가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준항고란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내린 구금·압수 처분에 불복하는 신청을 말한다.
A씨는 지난해 9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위해 법원에 자진 출석했다. A씨는 체포되지 않은 상태여서 법원까지 이동을 요구받는 ‘심문구인용 영장’만을 발부받은 상태였다.
문제는 심문이 마무리된 직후 사법경찰관 B, C씨가 A씨에게 수갑을 채웠다는 점이다. A씨 측 변호인은 수갑을 해제하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하고 대전둔산경찰서 유치장으로 A씨를 호송했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후 기각됐고 A씨는 석방됐다.
A씨 측은 “경찰이 수갑 해제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며 준항고를 청구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은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수갑을 사용할 수 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김 판사는 △A씨가 영장 심사에 자진 출석한 점 △구인용 영장이 집행된 법원에서 심문이 끝난 점을 고려했다. 경찰의 피의자 호송 규칙이 최근 개정된 점도 언급했다. 2021년 7월 개정된 이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영장심사를 마친 후 피의자를 호송할 때 원칙적으로 수갑을 사용할 수 없다.
경찰 측은 “A씨가 수사기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도주 우려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과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갑 사용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대전경찰청 측은 법원 판단을 두고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때 세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수갑을 채운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하게 피의자를 호송하는 것이 제1원칙”이라며 “당시 여러 상황이 겹쳐 수갑을 사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