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 더 세포, 바이 더 세포, 포 더 세포.” 지난 10일 만난 배양육 기술 스타트업을 이끄는 이상재 대표(사진)는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에 빗대 티엠이테라퓨틱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단순 배양육이나 배양액이 아니다. 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대표가 2020년 설립한 티엠이테라퓨틱스는 줄기세포 생산에 필수 소재인 성장인자를 안정화하고 전달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줄기세포는 배양육 개발에 사용된다. 이 회사는 이 기술로 지난해 상반기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에 선정됐다.
이 회사는 세포를 ‘잘 키우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대표의 말을 빌리면, 세포가 먹고 살기 위한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에게 좋은 집과 맑은 공기가 필요하듯, 세포도 주위를 둘러싼 ‘미세환경’을 잘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성장호르몬 같은 성장인자를 적은 비용으로 세포에 전달하는 게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티엠이테라퓨틱스는 세포 배양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환경 솔루션을 만들어 배양육 업체, 세포치료제 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청각장애를 지니고 있다.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해야 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대림산업(현 DL이앤씨)에서 일하던 그는 정밀화학 분야 신사업을 검토하다가 청각 세포도 재생할 수 있다는 논문을 접했다. 귀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짐을 싸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1990년대 후반이었다. 이 대표는 “직접 청각 세포 재생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었다”며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20년 이상 줄기세포만 팠다”고 말했다.
이후 2002년 포스코가 미국 샌디에이고에 세운 바이오 벤처투자사인 포스코바이오벤처스에서 일했고 세포 배양 비즈니스 업체 창업을 준비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청각 문제로 직원들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던 시기엔 더 그랬다. 질문을 잘못 듣고 틀린 의사결정이라도 내리면 만회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았다.
티엠이테라퓨틱스의 든든한 우군은 이스라엘 배양육 업체다. 이 대표는 이스라엘이 배양육 분야에선 선두 주자라고 했다. 퓨처미트나 슈퍼미트 같은 대형 배양육 업체도 이스라엘에서 탄생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환경인 데다 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며 “유사시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배양육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배양육 사업을 넘어 세포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 대표는 “배양육은 사실 근육 세포로 만들어지는데, 이걸 사람에게 적용하면 치료제가 된다”며 “3년 안에 줄기세포 생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