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日 정년 폐지 서두르라"…한국도 남일 아니라는 이유

입력 2024-01-14 08:00
수정 2024-01-14 09:5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일본에 정년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죠. 다만 이를 바라보는 한국의 노동계에선 남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일본보다 더 절박하게 권고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11일 OECD는 격년으로 발표하는 '일본경제보고서'를 통해 "정년퇴직이나 연공서열 등 일본의 전통적인 노동시장관행은 급속한 고령화 상황에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년 폐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준수 △연금의 수급개시연령 상향을 권고했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일본 기업 중 94%가 정년을 설정하고 있고, 그 중 70% 기업의 정년이 60세입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9%나 되는데 60세 정년은 너무 짧다는 거죠.

그런데 이를 잘 들여다 보면 한국에 하는 권고와도 다름없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OECD 가맹국가 38개국 중 60세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입니다. 영미권은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며 정년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도 합니다.

심지어 일본은 한국보다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일본은 2013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실시해 기업에게 60세 미만으로 정년을 두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대신 △65세까지 정년을 올리거나 △정년제 자체를 폐지하거나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거나 셋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선택하게 했죠(다만 해당 법을 실시하던 당시 13년 동안의 단계적 유예조치를 둬 2025년 4월에야 완전 의무화).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의 84%는 정년을 폐지하는 대신 일단 퇴직시키고 임금을 낮춰 재계약하는 계속고용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계속고용을 통해 70세 이상이어도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기업이 전체의 39%에 달하기도 하죠.

반면 한국은 정년연장이나 계속고용 모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OECD는 2072년이 되면 OECD 가입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하곤 고령자 비중이 40% 웃도는 나라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사회적 대타협을 시작해도 오래 걸리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새로운선택'은 지난 10일 정년을 폐지하되 호봉제 등을 없애는 형식의 '대타협'을 제안했습니다. 정년 폐지로 보다 오랜 기간 일할 수 있게 되는 대신 직무형 임금체계로 개편해 생애 최고임금은 낮아지는 형태의 타협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죠. 총선을 앞두고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