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제대로 해보겠다고 회사까지 관뒀는데…구독자 모으는 것부터 수익 창출까지 생각보다 너무 어렵네요."
올해로 유튜버 3년 차에 접어든 프리랜서 김모 씨(29·남)는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직장인 생활을 포기하고 유튜버로 전향한 사람 중 한명이다. 현재 2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는 "꾸준히 하면 되리라 믿고 운영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며 "반짝하고 떠서 수입을 버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체감해서 다시 구직 활동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몇 년 새 '크리에이터(유튜버)'가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지만, 유튜브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자를 100만여명 가까이 보유한 이들도 피로감을 호소하며 그만두는가 하면, 수익 창출 등에 어려움을 느끼고 결국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구독자 100만명을 코앞에 둔 한 부부가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고민 끝에 유튜브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들 부부는 "(유튜버를 그만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이랑 같이하니까 생각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짜인 대로 할 수 없어서 힘들었다"며 "아이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놀이터를 가도 누군가가 알아보고, 모든 관심이 아이에게 쏠릴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해당 채널은 2019년 개설됐다. 구독자수와 조회수로 추산한 월 수익은 1500만원 정도지만, 부부는 "아이의 인격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점이 우려됐다"며 "아이가 카메라를 점점 의식하게 되면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게 올해 초였다"고 전했다. 이어 "유튜브 활동을 이어오며 악플에 대한 타격감은 줄었지만, 정신이 피폐해졌다"라고 토로했다.
유튜브를 이탈하는 현상은 특히 젊은 층에서 눈에 띄게 나타났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발표한 '2023년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유튜버의 비율은 64.9%였다. 2021년 73.2%, 2022년 72.3%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감소한 것.
전문가들은 콘텐츠 업계에서도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유튜버 이탈의 배경이 된다고 꼽았다. 지난해 5월 양경숙 의원실이 공개한 국세청의 '1인 미디어 창작자 수입 현황'을 보면, 2021년 기준 크리에이터 연평균 수입은 2500만원이었다. 하위 50%의 평균 연간 수입은 40만원 수준에 그쳤다. 전업 창작자라면 생계유지가 어려운 수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상위 1% 고수입자 342명의 연평균 소득은 7억1300만원이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엔 이제 더는 들어갈 자리가 없다"며 "웬만한 콘텐츠는 다 나온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해볼 수 있는 소재나 아이템이 빈곤할뿐더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큰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레드오션이 된 유튜브 환경에서 "몇 년간 수많은 20·30대가 유튜버로 전향하며 많은 시간과 물리적 노력을 써왔지만, 수익을 내긴 더욱 힘든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튜버 이탈률이 높아진 데에는 옛날보다 콘텐츠 규제가 강화된 탓도 있다"며 "알 수 없는 금기어도 너무 많고, 광고주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부터 저작권 문제까지 여러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기존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던 젊은 세대들이 요즘엔 틱톡(Tiktok)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갔다"며 "이런 트렌드는 올해 더 지속될 것 같고, 여기에 챗 GPT의 영향력이 발휘하면 더 변수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