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CPI도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시장에선 물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Fed가 금리 인하 시점을 3월 대신 6월로 미룰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는 작년 12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망치(3.2%)를 소폭 넘어섰다. 작년 10월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하다 반등한 것이다. 전월 대비로도 0.3% 오르며 전망치(0.2%)를 웃돌았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정점(전년 대비 9.1%)을 찍은 뒤 지난해 6월 3%까지 둔화하는 추세였다. 이후 지난해 8월과 9월(각각 3.7%) 수치가 튀었다가 10월부터 3%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다만 Fed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삼은 2%와는 아직 격차가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9% 상승했다. WSJ 전망치인 3.8%를 역시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3% 오르며 전망치에 부합했다. 근원 CPI는 Fed가 통화정책을 펼칠 때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이날 오전 물가 지표가 발표된 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16%포인트 상승하며 연 4.04%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 개장 전 나스닥 선물지수는 0.07% 하락했다. S&P500 선물지수도 0.12% 내려앉았다.
미국 물가가 다시 반등하면서 Fed가 금리 인하 시점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 싱크탱크 콘퍼런스보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다나 피터슨은 블룸버그TV에 “이번 물가 지표로 인해 Fed가 6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Fed가 오는 3월 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아직 남아 있는 모습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