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준공 후 30년 이상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을 사실상 면제해 재건축 절차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10대책을 내놨지만 핵심 방안 대부분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조속한 시행을 위해 개정안을 1분기 안에 발의할 계획이지만 여야 입장차가 여전하고 총선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어 개정안의 통과가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인 재건축·재개발 대책은 법 개정이 필수다. 준공 후 30년 이상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을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하고, 안전진단 전에 조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도시정비법을 개정해야 한다. 신탁방식을 효율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재판상 확정 판결과 동일한 화해 효력을 부여하는 조치도 법 개정 사안이다. 국토부는 다음달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소형 비아파트의 공급을 활성화 하고 지방 미분양 주택 소진을 위한 세금 감면도 법 개정이 필수다. 향후 2년 동안 준공되는 전용 면적 60㎡ 이하 소형 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공동주택(아파트 제외)에 대해 최초 취득세를 최대 50%까지 감면해주는 방안은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 주택 수로 산정하지 않는 것은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바로 시행 가능하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때 최초 취득세를 최대 50% 깎아주는 방안도 같은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기존 1주택자가 최초 구입할 때 1세대1주택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안이다.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는 개정안을 다음달 발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밖에도 도시형생활주택을 300가구 미만으로 지어야 한다는 세대수 제안을 폐지한다는 대책은 주택법 개정 사안이며, 단기 등록임대 제도를 다시 살리고, 자율형 장기임대를 도입하는 것은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조항이다.
이처럼 1·10대책의 핵심 사항이 대부분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들이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여소야대 지형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초된 경우가 적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를 분양받았을 경우 반드시 실거주 해야한다는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해 발의됐지만 야당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더라도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언제 시행될 수 있을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