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1일 10: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A+’ 신용도를 갖춘 한화에너지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의 9배가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채권시장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수요에 힘입어 ‘완판’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첫 신용등급 A급(A-~A+) 회사채 시장의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는 분석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지난 10일 열린 8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76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500억원에 2640억원, 3년물 300억원에 4960억원의 투자수요가 들어왔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발행사와 주관사는 1500억원까지 증액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한화에너지가 회사채 시장에 복귀한 건 2년 만이다. 2022년 2월 한화에너지는 회사채 1000억원 발행을 예정하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31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한화에너지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책정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한화에너지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에 관심이 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발생한 채권시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A급 회사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향후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투자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목표 물량의 9배가 넘는 매수 주문을 확보하는 등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서도 기대 이상의 수요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흥행에 성공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기관 매수 수요에 치중하는 AA급 우량채와 달리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시장을 공략한 게 적중했다. AA급 우량채만 시장에 쏟아지는 가운데 A급 회사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A급 회사채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회사채로 구성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앞서 태양광 발전 사업 확장을 위해 조달한 차입금 상환에 활용된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자비용이 많이 증가하는 것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화에너지의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 금리)보다 2년물은 15bp(bp=0.01%포인트), 3년물은 31bp 낮은 수준에서 목표 물량을 채웠다.
연초 한화그룹이 자금 시장에서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에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이 모두 조 단위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기관투자가가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효과’를 노리고 발행 시기를 최대한 앞으로 당긴 게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 확대를 위한 유동성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너지 등에 2025년까지 총 18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도 이달 중 최대 2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