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가상자산 시장 초미의 관심사였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마침내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 주요 가상자산 시세를 보면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폭은 미미하고 되레 이더리움이 크게 오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예견했던 흐름"이라면서 다음 현물 ETF 타자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오전 8시48분 기준 해외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24% 오른 6163만원에 거래 중이다. 반면 이더리움은 10.58% 뛴 34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카르다노와 아발란체도 11%대 상승 중이며 리플도 6% 넘게 오르고 있다.
현물 ETF의 첫 주인공인 비트코인의 오름폭만 유독 미미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식의 흐름이 연출된 것이라고 짚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현실화한 순간부터 시장의 시선은 이미 다음 타자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비트코인은 미온적이고 이더리움이 급등하는 분위기는 많은 분들이 예상했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시장 관심은 이더리움 현물 ETF로 옮겨간 상태다. 실제로 작년 연간 상승률을 보면 이더리움도 많이 오르긴 했지만 비트코인 오름폭의 절반 수준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선 아직 이더리움에 상승여력이 더 있다고 본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홍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경우 그간의 급등세에 이번 소식이 선반영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오르겠지만 당분간은 변동성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동시에 다음 타자는 누구인가에 시선이 쏠린 모습"이라며 "숙원이었다 할지라도 현실화된 부분에 있어선 오름폭이 제한적일 수 없는 만큼 비트코인은 당분간 밀어올리는 힘이 강하진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미국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을 공식 승인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위원회는 여러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TP는 상장지수증권(ETN)과 ETF를 통칭하는 것으로, SEC는 공식적으로 '현물 ETF'라는 용어 대신 '현물 ETP'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날 SEC 승인 결정에 따라 앞서 상장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 11종이 이날부터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될 수 있다. 상장 예정인 상품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 발키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등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앞서 법원은 위원회가 그레이스케일의 ETP 상장·거래를 승인하지 않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 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했다"며 "이런 상황과 승인처분에 대한 추가 논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거래를 승인하는 게 지속가능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노트에 따르면 현지 시장 분석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첫 거래일에 40억달러(약 5조2700억원) 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인 자금 유입 전망도 밝다. 국내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장기적으로 총 1000억달러(약 132조원)가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의 높은 관심이 이어진다는 가정에선 첫 6개월 만에도 200억달러(약 26조원)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