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공식 승인했다.
10일(현지시간)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오늘 위원회는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TP는 상장지수증권(ETN)과 ETF를 일컫는 말이다. SEC는 공식적으로 '현물 ETF'라는 용어 대신 '현물 ETP'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SEC 결정에 따라 앞서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거래소에 상장될 수 있다. 거래소 상장 예정인 상품은 블랙록,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 발키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등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앞서 법원은 위원회가 그레이스케일의 ETP 상장 및 거래를 불승인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상황과 승인처분에 대한 추가 논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길"고 설명했다.
다만 겐슬러 위원장은 "오늘 특정 비트코인 현물 ETP 주식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지만,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보증하지는 않았다"며 "투자자는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가치가 연계된 상품과 관련된 무수한 위험에 대해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은 암호화폐 업계의 숙원이었다. ETF가 출시되면 기관의 대규모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 수수료를 내는 방식 등으로 가상화폐를 사야 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하면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는 비트코인 ETF에 올해 500억~1000억달러(약 66조~132조원)가 유입될 것으로 봤다. 자금이 유입되며 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로이터는 "변동성 등의 이유로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됐던 암호화폐 업계가 반등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SEC의 공식 발표 전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SEC의 소셜미디어(SNS) 공식 계정에 허위 정보가 게시된 것이다.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SEC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SEC가 등록된 모든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ETF가 거래될 수 있도록 승인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언론은 공식 계정을 인용해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이 소식에 가상자산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비트코인 가격은 잠시 4만8000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했다. 하지만 겐슬러 SEC 위원장은 X를 통해 "SEC 트위터 계정이 공격받아 확인되지 않은 게시물이 포스팅됐다"며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 대비 7% 급락하기도 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1일 오전 8시 2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1.47% 오른 4만69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9% 넘게 오르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