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내연기관, 미국도 두 손 드나...금지 여부 촉각

입력 2024-01-11 07:59
수정 2024-01-11 08:11
-캘리포니아, BEV 의무 판매제 도입 추진

미국도 결국 BEV로 돌아설 조짐이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미국 내 EV 산업 육성을 위한 결정이었다면 이번에는 BEV 의무 판매제 도입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IRA로 구매자에게 보조금이라는 당근이 제시됐다면 의무판매는 제조사의 행동을 강제하는 조치다.

결정은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손에 달려 있다. EPA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신청한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환경보호' 책무를 가진 정부 기관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반기지만 캘리포니아 주정부 입장을 받아들이면 내연기관의 강력한 저항이 정치적 영향으로 연결돼 결정이 어렵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IRA 도입과 달리 BEV 의무 판매제는 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결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EPA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미 2022년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을 승인했고 지난해 5월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따라 계획을 진행할 수 있도록 EPA에 승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내연기관 판매 금지, 그리고 BEV 의무 판매제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EPA도 캘리포니아주 요청에 따라 2월 말까지 서면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내연기관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시기의 설정을 거부한다. 그만큼 내연기관에 생계가 걸린 유권자가 월등히 많아서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CES2024에 앞다퉈 BEV를 내놓은 곳이 대부분 자동차회사이고 테슬라를 포함해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내 주력 완성차기업도 이미 BEV 개척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내에선 중국에 뒤진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BEV 장악력 확보를 위해 빠르게 미국 내수에서 BEV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함(?)도 흘러나온다.

게다가 더욱 주목할 내용은 미국 내 자동차회사를 위협할 새로운 도전자들의 출현이다. CES2024에 등장했듯 엔터테인먼트 기업 소니(SONY)가 혼다와 손잡고 BEV에 도전장을 던졌고 대만의 폭스콘이 설립한 MIH도 미국 BEV 시장을 노린다. 베트남의 대표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는 이번 CES2024에서 미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외 LG와 SK를 포함한 글로벌의 수많은 기업들도 BEV에 한발 다가서는 모양새다. 배터리에 에너지를 저장, 구동에 사용하는 시스템과 나날이 똑똑해지는 AI가 인간 운전의 역할을 축소시키면 자동차는 그저 이동 공간에 머물 수 있어서다.

그래서 EPA의 결정에 많은 시선이 몰려 있다. 미국에 진출해 있거나 앞으로 진입할 수많은 전기차 기업에게 EPA의 판단은 BEV 전환 속도를 결정짓게 만드는 요소인 탓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요청을 받아들이면 뒤를 이어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선언하는 지방 정부가 확대되고 BEV 전환 속도는 빨라진다. 반대로 EPA가 내연기관의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BEV 격차는 훨씬 벌어지고 미국은 BEV에서 고립될 수 있다. EPA의 손에 미국 BEV 산업 명운이 달린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