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법인 명의로 임차한 주택에 대표 등 임원이 거주할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중소기업 직원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한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부동산 임대업체 A사가 중소기업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사는 2019년 12월 B사와 서울 용산구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 월세 1500만원 조건으로 2019년 12월부터 2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임대 계약 체결 당시 B사 대표였던 C씨는 이듬해 2월 전입신고를 마친 뒤 그곳에 거주했다.
A사는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B사에 계약 갱신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아파트 인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B사는 중소기업기본법에서 정한 중소기업으로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임을 전제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A사는 “실제 거주자인 C대표는 B사 직원이라고 할 수 없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2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이 엇갈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영세한 중소기업이 복지 차원에서 소속 직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직원’에 대표 등 임원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가 임대계약 체결 당시 C대표가 신혼집으로 사용할 용도라고 말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직원용으로 빌렸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관련 법에서 정한 ‘직원’ 등의 의미에 관해 최초로 명시적으로 판시한 판결”이라며 “중소기업 법인이 소속 직원 거주를 위한 주택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대항력 부여 요건에 관한 기준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