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개막한 ‘CES 2024’에 참가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 부스의 주인공은 패널이 아니라 자동차였다. 그것도 ‘명품 스포츠카’로 꼽히는 애스턴마틴의 ‘DBX707’ 모델. 이 차에 BOE가 자체 개발한 ‘BD Cell’ 기술이 적용된 패널이 계기판에 장착됐기 때문이다. BOE 관계자는 현장에서 “BD Cell 패널은 한국산보다 전력 소모가 40% 적은데도 화질은 비슷하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동안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받았다. 액정표시장치(LCD) 같은 중저가 제품에선 세계 1위에 올랐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서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 공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견해가 올해 CES를 둘러본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세(勢)를 불리고 있다.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설계해 보쉬, 볼보 등에 납품하고 있는 블랙세사미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이날 방문한 블랙세사미 부스에는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시연 영상과 함께 주력 자율주행칩 ‘A1000’이 전시돼 있었다. “레벨 2~3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레벨 2~3는 현재 테슬라나 현대자동차가 구현하는 수준이다.
가전·TV는 한국과 중국 기업 간 격차가 가장 좁혀진 분야로 꼽힌다. 하이센스, TCL 등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서다. 하이센스 부스에 자리잡은 신형 냉장고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관하는 식자재 종류·유통 기간과 그에 맞는 레시피(조리법)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삼성전자의 2024년 신제품인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와 거의 비슷한 기능이다. TCL은 1672㎡ 규모로 전시장을 꾸리고 120개 이상의 제품을 공개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QD(퀀텀닷)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6대를 이어 붙여 폭포수가 쏟아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TCL은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스마트 글라스 신제품도 공개했다.
라스베이거스=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