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종각 일대 중심업무지구(CBD)의 확장을 가로막던 세운상가가 철거되고 10개 이상의 고층 오피스 빌딩과 공동주택 1만2000가구가 들어선다. 세운상가를 비롯한 여러 상가가 남북으로 길게 들어선 자리에는 광화문광장 두 배 크기의 선형 녹지가 조성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묘~퇴계로 일대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조감도) 공청회를 10일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었다. 세운상가 일대 43만㎡는 2014년 정비계획이 마련되면서 사업 부지가 171개로 쪼개져 재개발이 어려웠다.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은 전체의 97%에 달한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에서 171개 부지 중 147개를 해제하고 24개 구역을 8개 구역으로 통합했다. 개별 구역은 용적률과 높이 규제를 대폭 완화해 사업성을 높였다.
계획안에 따르면 세운상가 일대에는 1만9569명을 수용 가능한 1만1892가구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들어서게 된다. 기존 계획(9900명, 4950가구)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전용 60㎡ 이하 중소형 평형으로만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 3·4가역과 가까운 중심상업지는 용적률과 높이 상향 조정으로 대규모 오피스 빌딩을 짓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문화재청의 높이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특히 종묘와 가깝지만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100m) 바깥인 세운2구역은 건물을 55m 이상으로 지으려면 문화재청과 협의해야 한다. 용적률은 800%에 달하지만 높이 규제 탓에 통합재개발이 어렵다는 얘기다.
세운지구 중심으로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공원이 조성된다. 북악산에서 창덕궁, 종묘,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상가·진양상가 등 남북으로 뻗은 상가군을 공원화하면서 호텔 광화문광장 두 배 규모인 5만㎡ 규모의 녹지축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민간사업자가 재개발할 때 중심상업지는 40% 개방형 녹지로 조성해 8만9000㎡의 녹지를 확보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