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국내 청소년단체를 대표하는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청협) 차기 회장의 취임 승인을 거부했다. 정부가 청협 회장 임명에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기사 2023년 12월 26일자 A27면
9일 여성계에 따르면 여가부는 청협이 차기 회장으로 추천한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총재 A씨의 취임 승인을 지난해 말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청협은 한국스카우트 연맹 등 65개 청소년 단체를 산하에 둔 법정단체다. 총 300만 명가량의 청소년이 회원단체에 소속돼 있다.
청협은 작년 11월 A씨를 회장으로 여가부에 추천했다. 여가부는 통상 1주일 정도 검증을 거쳐 회장 임명을 승인해왔는데, 이번에는 40여 일간 고심한 끝에 승인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여가부의 결정은 A씨를 둘러싼 자격 논란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총재이자 상명대 학교법인인 상명학원 이사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그는 상명대 동문회비와 동문 장학금 등을 유용한 혐의로 2010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A씨는 관련법상 학교법인 사무직으로 임용될 수 없음에도 상명학원 계약직으로 채용돼 2013년 10월부터 2015년 2월까지 7000여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에 교육부는 작년 4월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국사립대학 교수노조 상명대 지회도 같은 이유로 A씨를 고발했다.
교육계에선 불법 행위 전력이 있는 인물을 국내 최대 청소년단체의 장으로 임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협이 회장추천위원회, 이사회, 총회 등의 여러 절차를 거치면서 부적격 후보가 걸러지지 않은 점은 문제로 꼽힌다. A씨는 청협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청협은 새로 회장 인선을 위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청협 측은 이번 여가부의 승인 거부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시온/이광식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