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더나 설립' VC와 손잡았다

입력 2024-01-09 18:01
수정 2024-01-10 00:38
삼성이 코로나19 백신 기업 모더나를 탄생시킨 미국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과 협업해 바이오 신기술을 시장에 내놓는다. 플래그십이 투자한 세계 바이오 스타트업과도 교류하며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넘어 신약 개발로 보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3사는 플래그십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9일 발표했다. 협력은 삼성 계열 3사가 바이오 선진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펀드 2호를 통해 이뤄진다. 플래그십이 이 펀드에 직접 돈을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바이오 최첨단 기술 및 임상시험 인프라 연구 등에 광범위하게 협력할 예정이다.

김재우 삼성물산 부사장은 “플래그십 산하 바이오업체들의 기술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데 삼성의 전문성 및 상업화 역량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래그십은 모더나 공동 설립자인 누바르 아페얀(오른쪽)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바이오 전문 VC다. 창업형 VC인 플래그십은 투자자, 과학자, 창업자가 함께 일하며 회사를 세우기도, 상장시키기도 한다. 2000년 플래그십이 설립된 후 20여 년간 165개 업체에 투자해 100개가 넘는 회사를 창업했고, 상장시킨 업체만 30여 곳에 달한다.

아페얀 CEO는 8일(현지시간) 새해를 맞아 공개한 레터에서 “바로 오늘 삼성과의 협력을 발표했다”며 “삼성은 플래그십이 키운 기업들의 바이오 플랫폼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그십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공을 들여온 글로벌 네트워크 중 하나다. 코로나19 백신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이 회장은 2021년 말 미국 플래그십 본사를 찾아 아페얀 CEO와 백신 유통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2022년 라이프사이언스펀드 1호가 투자한 센다바이오사이언스도 플래그십 산하 스타트업이다.

삼성은 이번 협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앞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우리가 한 단계 성장하려면 기존 CDMO, 바이오시밀러 사업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신약개발사 인수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플래그십 산하에는 전통적인 항암제 개발 기업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등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에 없던 분야를 플래그십 포트폴리오를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화이자도 플래그십과 신약 개발 계약을 맺은 만큼 플래그십의 글로벌 협력은 점차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