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와 두산이 인공지능(AI)과 무인화 기술을 장착한 중장비로 건설기계 분야 세계 1위인 미국 캐터필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무인 건설기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산밥캣은 8일(현지시간) ‘CES 2024’에서 미디어 콘퍼런스를 열고 업계 최초로 무인·전기 굴절식 트랙터 AT450X를 공개했다. 굴절식 트랙터는 앞바퀴와 뒷바퀴가 따로 움직일 수 있어 험난한 지형에서도 자유롭게 가동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날 AT450X가 좁고 비탈진 와인 양조장을 주행하는 영상이 나오자 관람객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이 트랙터는 앱으로 작업 범위를 설정하면 해당 지역에서 풀 깎기, 풀 뽑기, 농약 살포, 물건 운반 등 네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기자와 만나 “무인 전동 스키드로더 S7X부터 이르면 올해 말 단계별로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며 “대형 제품이 중심인 존디어와 달리 소형인 두산밥캣의 장비는 더 다양한 작업환경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경쟁업체인 HD현대 사장단이 찾아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합산 순위 12위인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도 무인 건설기계를 중심으로 CES 2024에 참가했다. HD현대는 22t급 무인 굴착기 모형을 전면에 배치했다. 광각 레이더센서와 스마트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고 스스로 작업할 수 있는 장비다. HD현대 관계자는 “건설기계 무인화 기술만 따지면 캐터필러보다 앞섰다고 자신한다”며 “무인 건설기계 분야에서 글로벌 1등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HD현대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4위 건설기계 업체 존디어는 전시관에 친환경 장비를 배치하고,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이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이 회사는 7종의 무인 건설장비를 개발 중이다. 캐터필러는 내장형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식 로더 등을 전시했다.
라스베이거스=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