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이 담보대출 거래 조건에 해당하는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낮췄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은행이 개인과 기업, 주택과 공장 등 각기 다른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LTV 경우의 수는 7000여 개에 이른다.
4대 은행이 경쟁 시장에서는 서로 알 수 없는 LTV 정보를 공유해 가계·기업대출 한도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4대 은행의 LTV는 농협은행 등과 비교해 낮게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은행은 LTV 등 주택담보대출 조건 담합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담보 가치 대비 대출금’의 비율을 말한다. 정부는 과도하게 빚을 내 부동산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LTV를 규제하고 있다. 현재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선 50%, 이외 지역에선 70%가 적용된다.
예컨대 강남3구에 있는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5억원까지만 대출을 해준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서울의 경우 은행 내부 LTV는 80%를 넘지만 LTV 규제로 지역에 따라 50~70%만 대출을 집행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담합을 주도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대출이 아니라 기업이 땅, 건물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기업대출은 획일적인 LTV 규제가 없다는 점에서 일부 담합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경우에도 특정 은행의 대출 쏠림 등 금융 시스템 혼란을 막기 위해 다른 은행의 LTV 등을 참고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4대 은행의 한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기업대출은 대출 한도는 물론 금리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뤄지는 만큼 LTV 조건만으로 거래를 따낼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4대 은행은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도착하면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LTV 정보 공유가 실제 대출 한도와 금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소명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공정위가 지난해 3월 조사 초기 제기한 ‘대출금리 담합’ 의혹이 심사보고서에서 빠졌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공정위가 대출금리 담합 근거를 찾지 못하자 LTV 정보 공유를 담합으로 몰고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으로 결정되는데, 4대 은행의 가산·우대금리는 모두 다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평균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국민은행이 3.59%와 3.21%, 신한은행이 1.66%와 1.17%, 하나은행이 2.94%와 2.79%, 우리은행이 3.29%와 3.02%를 각각 적용했다.
김보형/박한신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