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뒤쫓는 ‘추격자’인 중국 가전업체도 일제히 ‘CES 2024’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여파로 최근 2~3년 CES에 불참한 업체들도 자체 개발한 인공기능(AI) 및 디스플레이 기술을 뽐내기 위해 신제품을 들고나왔다.
CES 2024 개막을 이틀 앞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 ‘명당자리’로 꼽히는 삼성전자 부스 맞은편은 중국 가전업체 TCL 몫이었다. 직원들은 입구에 주력 제품인 ‘QD(퀀텀닷)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배치하느라 분주했다. 이번에 처음 데뷔하는 미니 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단위의 초소형 LED(발광다이오드) 수백만 개를 촘촘히 박아 만든 프리미엄TV다.
TCL 인근에는 또 다른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가 자리잡았다. 이 회사는 간판 제품인 110인치 미니 LED TV(모델명 110UX)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LED 제품 가운데 가장 밝은 1만 니트(1니트는 촛불 하나의 밝기)를 구현한 제품으로, OLED와의 기술 격차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하이센스가 자체 개발한 AI 칩(X칩셋)을 넣어 화면에 나오는 장면에 맞게 알아서 화질을 손본다.
하이센스는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은 전자장치 제품도 선보였다. 차량용 프로젝션(차량 유리를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는 장비)인 ‘레이저 프로젝션 디스플레이’다. 차량 앞 유리와 옆문 유리에 도로 정보와 각종 영상을 띄울 수 있다.
가격으로만 승부했던 중국 가전업체들은 이제 기술에서도 삼성과 LG를 꽤 많이 따라잡았다. ‘싼데다 품질도 괜찮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판매량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TV 출하량 기준 세계 1위(3630만 대)를 지켰지만 출하량 자체는 1년 전보다 9.8% 감소했다. 반면 하이센스와 TCL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4%, 16.3% 증가한 2700만 대와 2620만 대로 올라섰다. LG전자는 7.4% 감소한 2291만 대로 4위를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