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8개 카드사 체제가 형성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가계 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국내 8개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신용카드 연체 총액(지난해 3분기 기준)은 2조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분기(1조3398억원) 대비 53.1%(7118억원) 폭증한 규모다. 이 가운데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액은 2633억9300만원으로, 전체 연체액의 12.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10.3%(1382억5900만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은 2.5%포인트 확대됐다.
신용카드 연체는 가계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사의 연체액이 급증하는 건 가계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가 5378억원으로 연체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카드(3220억원), 롯데카드(3056억원), 삼성카드(2816억원), 우리카드(2219억원), 하나카드(2063억원), 현대카드(1281억원) 순이었다. 2021년 자체 신용카드 브랜드를 선보인 비씨카드의 연체액은 483억원이었다.
카드빚 상환을 미루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1조5960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1조664억원)보다 49.6%(5296억원) 늘어났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기존에 빌린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같은 카드회사에서 심사 후 대출받는 것을 의미한다. 더 좋은 조건에 금리를 받는 은행권 대환대출과 달리 금리가 높고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카드론의 경우 다중 채무자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부실 위험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