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힘을 모은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4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이 드라마는 한국계 작가 이성진이 감독과 제작, 극본을 맡은 10부작 드라마다. 주연인 스티븐 연 외에도 조셉 리, 데이비드 최, 애슐리 박, 저스틴 민 등 다수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함께했다.
‘성난 사람들’은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미니시리즈, 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이 작품에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을, 베트남계 앨리 웡은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스티븐 연은 이번 작품으로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아 더 화제가 됐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이들 두 사람 사이에 난폭 운전 사건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현대인의 일상에 팽배한 ‘분노’를 속도감 있게 전개해 호평받았다. 이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도로에서 저에게 빵빵거리고 소리를 지른 운전자 덕분에 작품을 시작할 수 있었기에 감사드린다”는 농담을 한 이유다.
스티븐 연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좀비를 소재로 한 AMC 케이블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으며 한국계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1)에 제이컵 역으로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아카데미 역사상 남우주연상에 아시아계 배우가 후보로 오른 건 그가 최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와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 등 한국 영화에도 출연했다.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인 봉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도 참여했다.
스티븐 연은 수상자로 호명된 뒤 “항상 타인과 분리돼 있고 고립돼 있다고 느껴왔는데, 막상 이 자리에 오니 다른 사람들부터 떠올리게 된다. 마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며 부인과 딸, 함께한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성난 사람들’은 올해 에미상에도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미상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