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본인을 둘러싼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8일 국회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조 후보자는 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79년 외무고시(13회)에 합격했다. 이후 외교부 제 2차관과 유엔 대사 등을 지냈다. 그의 아버지는 '낙화' '승무' 등을 지은 시인 故 조지훈이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 시절인 2016년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의 해외 파견을 늘리기 위해 정부 희망대로 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상대 손배소 재상고심 판결을 늦추는 거래를 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됐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만나 외교부 의견서 내용을 조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 후보자는 이를 두고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사법농단으로 정의하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과의 의견서 조율 문제에 대해서도 "형식과 구조 등 실무적 차원에서 의견을 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절차를 보면 완전히 '짜고 치기' 아니냐"고 했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행정처 차장과 만났고 문서도 주고받았는데 사법농단에 관여한 적 없다는 건,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조 후보자는 "재판 거래에 관여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청문회에 앞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등은 국회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할머니는 "조 후보자는 장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문회에서도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년 동안 판결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가신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못할 짓을 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나"라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