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뛰어든 '대진연'…코앞까지 뚫렸다

입력 2024-01-07 18:25
수정 2024-01-15 16:17

학생운동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대통령실에 불법 진입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일부는 보안검색을 뚫고 대통령실 건물 바로 앞까지 갔다. 대진연은 주한 미국대사관에 기습 진입해 농성을 벌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미화하는 활동을 하는 종북·극좌 성향 단체로 꼽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대통령실 불법 진입을 시도한 대진연 회원 약 20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건조물 침입과 퇴거불응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일 오후 1시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검문소를 넘어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했다. 검문소 앞에서 ‘김건희를 특검하라’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불법 시위를 벌였다. 회원들은 검문소 바리케이드 앞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20명 중 11명은 검문소를 지나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막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별도 집회·시위 신고 없이 일반인으로 위장해 무단 침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후 1시30분께 현장을 점거하고 진입을 시도한 대진연 회원 2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대진연은 체포 현장에서 ‘경찰이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가로막고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대진연 소속 한 학생은 “대통령의 ‘쌍특검’(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항의하는 국민 목소리를 대변해 면담을 요청한 것”이라며 “지금 당장이라도 체포된 대학생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체포한 20명 중 6명은 용산서에서 관리하고 나머지 14명은 마포경찰서 송파경찰서 관악경찰서에 보냈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규정을 고려해 업무를 분담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들의 무단 침입 시도 이후 주변 경비를 한층 강화했다. 사건 이후 청사 부지 출입문 관리와 인근 검문을 강화하라는 지침이 대통령실 안팎을 경비하는 서울경찰청 101·202경비단과 경호처 인력에 내려졌다. 기존에는 철문을 개방하고 경비를 섰지만, 당분간 폐쇄한 상태에서 출입자를 확인했을 때만 철문을 열기로 했다.

대진연은 2018년부터 활동한 종북·반미 성향의 학생운동단체다. 민족해방(NL) 성향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후신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대회와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일 등에 ‘주한미군 철수’ 등을 외치는 기습 시위를 벌이고, 주한미군 기지 무단출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김정은의 행적을 홍보하는 영상이 다수 게시돼 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는 주장 등을 펼치고 있다. 2018년 11월엔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를 협박해 그가 하려던 강의를 취소시킨 전력이 있다. 최근엔 정부를 규탄하거나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활동을 벌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NL 운동권 출신인 한 여당 인사는 “대통령실 진입이 막힐 줄 알면서 무리하게 진입하고, 석방 기자회견을 벌이는 건 딱히 정치적 의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이 과정에서 주목을 끌고 조직을 다지려는 의도”라며 “20년 전 한총련의 행태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안정훈/조철오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