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기습공탁 등 제도 악용 사례에 대한 대처방안’을 지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7일 대검찰청은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악용한 감형 시도에 대한 대응방안을 공개했다. 앞으로는 피고인이 선고일 직전에 공탁을 걸면 검사가 선고연기 또는 변론재개 신청을 하고 재판부에 피해자 의사 제출, 신중한 양형 판단 요청 등의 방안으로 대처하게 된다.
형사공탁 특례제는 피해자의 신원을 모르더라도 피고인이 공탁금을 맡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존에 형사 변제공탁제를 이용하려면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해야 했다. 피고인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고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하는 등 2차 피해가 일어난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형사공탁 특례제도는 도입취지와는 달리 부작용 피해도 많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판결 선고 직전 기습적으로 공탁을 해 유리한 형을 선고받는 악용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성범죄 양형기준표에는 감경 사유 중 하나로 ‘상당한 피해회복(공탁 포함)’을 두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피해자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형사공탁이 접수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은 ‘돈으로 형량을 거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지난해 8월 기습 공탁을 막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변론 종결 이후 기습적으로 형사공탁이 이뤄진 경우, 재판부에 선고 연기 또는 변론 재개를 신청한 뒤 피해자에게 공탁 사실에 인지 및 합의 여부를 확인하고 재판부에 ‘공탁 경위, 금액, 피해 법익, 피해자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양형 판단을 해달라는 의견 적극 개진하도록 했다.
대검은 일선 지청에서 기습 공탁에 대처한 사례도 소개했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11월 혈중알콜농도 0.186%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을 피해 도주하던 중 40대 보행자를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가 변론 종결 이후 선고 13일 전 유족 몰래 3000만 원을 공탁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이 유족으로부터 공탁금 수령 의사 거절 사실을 직접 확인한 뒤 중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 징역 10년 형을 받아내기도 했다.
대검 관계자는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1년 여간 시행된 현 시점에서 언론·변호사회· 여성단체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새로운 공탁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하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며 "형사공탁에 대한 피해자의 의사가 양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