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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오전장에서 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시장에 첫 충격을 준 건 주식시장 개장 전 발표된 미국 12월 고용보고서였습니다. 12월 미국 비농업 고용은 21만 6000건으로 월가 예상치인 17만건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전일 발표된 ADP 비농업 고용이 예상치를 웃돈데 이어 다시 한 번 미국 노동시장이 뜨겁다는 점을 입증할만한 데이터가 발표된겁니다. 여기에 시간당 임금은 전년대비 4.1%상승하면서 예상치인 3.9%를 웃돌아 시장의 불안을 키웠습니다.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0.112%P 오른 4.103%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 금리 전망을 평가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워치도 올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57%까지 낮춰잡았습니다. 1주일 전만해도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75%이상으로 예상했지만, 고용시장의 열기가 유지되면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을 늦춘겁니다. 앤드류 패터슨 뱅가드 선임 국제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 달성이 험난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올 하반기에야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급등했던 채권금리는 시간을 지나며 안정을 찾았습니다. 고용보고서의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예상보다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12월 수치는 나빴지만 11월과 10월의 수치는 크게 하향조정됐습니다. 11월 수치는 19만9000건에서 17만3000건으로 내려갔고, 10월 수치는 15만건에서 10만5000건으로 하향조정됐습니다. 10월과 11월에 하향조정된 일자리를 합치면 7만건이 넘습니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 민간부문 신규 일자리를 집게하면 11만5000건으로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시간당 임금은 예상보다 소폭 높았지만, 근로시간은 주당 34.3시간으로 전월대비 0.1시간 줄었습니다. 고용주들은 보통 근로자를 해고하기 전에 근로시간을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동 수요가 부진해졌다는 점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파트타임 근로자수는 420만명으로 12월에는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최근 1년동안 33만3000명이 늘었습니다.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때 파트타임 근로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시 노동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12월 고용보고서는 연준이 정책적 입장을 바꿀정도는 아니었다"며 "고용보고서에서 임금이 오른 것도 12월에 휴일이 더 많았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서서히 내려오고 있던 금리에 충격을 준 건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였습니다. 미국 12월 ISM 서비스 PMI는 50.6으로 에상치인 52.6을 밑돌았습니다. PMI는 구매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앞으로의 경기전망을 물어보는 일종의 설문조사입니다. 기업 일선에서 미국 경기에 대한 전망을 종합해 수치로 표현하는데,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경기 둔화를 의미합니다. 세부지표중 하나인 ISM 서비스 고용 지표가 예상치인 51을 크게 밑도는 43.3으로 집계되면서 12월 고용지표는 일시적이고, 경기는 점차 식어간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습니다. BMO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이 호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의 모멘텀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효과가 금리에 덜 민감한 서비스 섹터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12월 서비스 PMI 발표 이후 채권금리는 급락해 장중 한 때 3.953%까지 떨어졌습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