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상사격에 서해5도 주민 긴급 대피…3시간여만에 귀가

입력 2024-01-05 17:54
수정 2024-01-05 17:55


5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으로 서해5도에 내려진 주민 대피령이 3시간 30분 만에 해제됐다.

인천시 옹진군은 이날 오후 3시 46분쯤 연평도·백령도·대청도에 내려진 주민 대피령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옹진군 관계자는 "우리 군의 대응 사격훈련도 끝나 군 당국 요청에 따라 해당 시각부터 대피소에 모인 주민들을 해산 조치했다"며 "군과 면사무소 직원들의 통제하에 주민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앞서 옹진군은 이날 오전 11시 18분쯤 해병대사령부로부터 북한 해안포 사격에 따른 대피 방송 준비 요청을 받고 오전 11시 40분쯤 인천시 재난안전종합상황실에도 유선으로 상황을 알렸다.

이후 대피소 개방 요청을 받은 3개 면사무소는 이날 낮 12시 13분쯤 총 15차례 안내 방송을 하며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인천시도 오후 1시 21분 '완충구역 북 해안포 사격으로 우리 군은 오늘 오후에 해상 사격(을 할) 예정이다. 서해5도 주민께서는 만일의 사태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냈다.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연평도에서는 주민 2085명 중 508명(24.3%)이 대피소 8곳으로 나눠 대피했다.

백령도에서도 주민 4875명 가운데 269명(9.3%)이 대피소 29곳으로 각각 대피했고, 대청도에서는 1422명 중 36명(2.5%)이 대피했다.

이날 갑작스러운 대피령으로 섬 주민들은 물론 연평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급식 시간에 학교 지하로 대피했다가 인근 1호 대피소로 다시 피신하기도 했다.

또 이날 오후 1시 출항해 인천과 연평도·백령도를 오갈 예정이었던 여객선 3척의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76명을 태우고 출발한 백령도 행 여객선 코리아프린스호는 50분 뒤 회항해 다시 인천으로 회항했다.

운항 통제된 나머지 여객선 2척의 매표 인원도 272명에 달했다.

해경도 군 당국으로부터 상황을 전파받고 이날 오전 서해5도에서 출항한 어선 5척을 오후 2시까지 항구로 다시 돌아오도록 조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오후 2시와 2시 40분쯤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총선 출마 예정자 2명의 출판기념회를 잇달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인천시 관계자는 "유 시장은 계속 상황 관리를 하던 중 잠깐 출판기념회에 들렸다가 시청으로 복귀해 바로 비상대책회의를 했다"고 해명했다.

유 시장은 이날 인천시 경보통제소에서 주민 대피 상황을 점검하고 폐쇄회로(CC)TV로 실시간 현지 모니터링을 했다.

유 시장은 "북한의 이번 사격은 9·19 남북군사합의에도 위배된다"며 "주민들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2시간 동안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여발이 넘는 해안포 사격을 했다.

합참은 북한군 포탄이 서해 완충구역에 낙하했다며 이번 사격훈련을 도발로 규정했다.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사격이나 해상기동 훈련을 하면 군사합의 위반이다.

백령도 해병 6여단과 연평도 연평부대는 이날 오후 3시께부터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해 북한에 대응하는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