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장한슬씨(28)는 최근 50만원짜리 캡슐커피머신을 구매했다. 기계 값이 부담되긴 했지만 캡슐 하나당 몇백원에 프랜차이즈 카페 못지않은 고품질 커피를 먹을 수 있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매일 한 잔씩 카페에서 커피를 사 먹는다. 월평균 커피값으로 10만원 이상 나가는데 커피머신을 5개월만 사용해도 본전이란 생각에 샀다"며 "카페 커피와 비교해 향과 맛에서 크게 차이 안 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연주씨(27)는 직장 내 탕비실에 비치된 캡슐커피머신을 애용한다. 이씨는 "캡슐커피는 커피믹스보다 카페에서 사먹는 커피와 비슷하다. 굳이 카페에서 커피를 안 사 먹더라도 웬만하면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불황으로 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시하는 '가성비' 제품이 부상하면서 편하고 저렴하게 고품질 커피를 먹을 수 있는 캡슐커피 시장이 고성장세다.
캡슐커피 시장 규모는 2018년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홈 카페 문화가 한층 자리잡으면서 2022년에는 시장 규모 4000억원을 넘어섰다. 4년 만에 4배나 증가한 것이다. 믹스커피 시장이 2017년 약 1조원에서 2021년 7500억원으로 쪼그라드는 추세와 대비된다.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빅데이터거래소 카덱스(KADX)와 유통시장 데이터 플랫폼 기업 마켓링크가 분석한 '국내 커피 시장 상세 분석 결과'를 보면 가정 내에서 소비하는 커피 종류 중 캡슐커피는 27%, 믹스커피 등 인스턴트커피는 51%였다. 출시 시점이 약 40년 차이가 나지만 캡슐커피가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캡슐커피의 가장 큰 장점은 맛과 간편함이다.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은 후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간편하게 고품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추출 시간 역시 기계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1~2분 내외로 끝나 부담이 없다.
2007년 캡슐커피 시장의 포문을 연 네스프레소의 시장 점유율은 약 80%로 추정된다. 네스프레소 관계자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워낙 뜨겁고 기대치도 높아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는 소비자 니즈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카페는 글로벌 매출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10%로 전세계 독점 파트너사 중 시장 비중이 가장 높다. 일리카페 코리아 관계자는 "커피에 대한 관심도 및 취향이 고급화됐고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캡슐커피 수요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성장세가 뚜렷해 캡슐커피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두 가지의 캡슐을 한 번에 추출하는 커피머신 '듀오보'를 국내에 선보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도 이 제품이 소개됐다.
국내 커피믹스 1위 업체 동서식품이 11년 만에 캡슐커피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던진 것도 이 시장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2월 프리미엄 캡슐커피 브랜드 '카누 바리스타(KANU BARISTA)'를 론칭하고 커피머신 2종과 캡슐 커피 8종 등을 선보였다. 최근 서울 광진구 성수동에서 '카누 하우스'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하루 평균 800명 넘게 방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캡슐커피 인기에 힘입어 카누 브랜드를 기존 스틱에서 캡슐로 품목을 늘렸다. 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카누 브랜드를 확장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소 역시 캡슐커피 제품을 출시했다. 다이소가 출시한 캡슐커피 6종은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 제품으로 취향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맛을 선택해 먹을 수 있다. 가격은 개당 300~500원이다.
다이소 신도림점 직원은 "커피캡슐을 매장에 들여온 지 며칠 안 됐고 눈에 띄는 곳에 위치한 것도 아닌데 손님들 반응이 좋아 많이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