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업계, 험난했던 한해…수익률 선방한 곳 어디?

입력 2024-01-05 08:04
수정 2024-01-0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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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헤지펀드들 가운데 시타델과 밀레니엄매니지먼트, 포인트72자산운용 등이 지난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며 경쟁사들을 앞질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시타델(운용 자산 580억달러)의 주력 상품인 웰링턴 펀드가 작년 한 해 동안 15.3%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포인트72자산운용(314억달러), 밀레니엄매니지먼트(614억달러)는 10.6%, 10.0%의 수익률을 냈다.

업계 평균 수익률이 5%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헤지펀드 분석기관인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4.35%로 집계됐다. 소형 헤지펀드들 중에서는 아이슬러캐피털(9.8%), 엑소더스포인트캐피털(7.3%) 등이 평균을 웃도는 성적을 거뒀다.

헤지펀드들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상황 변화, 은행 위기, 빅테크(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주가 랠리 등 복합적 요인으로 쉽지 않은 한 해를 겪었다는 평가다. S&P500지수가 24.2% 오르는 등 증시가 활황세를 나타내자 하락장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 헤지펀드 업계엔 타격이 됐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유능한 인재를 들이거나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급증한 탓에 소형 헤지펀드들이 수익을 내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숀펠트스트래터직어드바이저스, 발야스니자산운용 등의 수익률은 각각 3.0%, 2.7%에 그쳤다.



이는 위험조정수익률이 높은 ‘멀티매니저’(Multi-manager) 형태의 헤지펀드가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결과다. 멀티매니저는 제각기 다른 운용 스타일의 펀드 매니저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을 조합해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업계 표준으로 여겨지는 ‘운용 수수료 2%, 성과 보수 20%’의 수수료 산정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사무실 임대료나 데이터 관리, 급여·보너스, 고객 접대 등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헤지펀드가 아닌 최종 투자자에 전가하는 ‘패스스루’(pass-through) 모델이 적용되는데, 펀드 매니저가 성과를 낼수록 비용이 상쇄되는 구조다. 숀펠트, 발야스니 등이 패스스루 모델을 취한 대표적인 사례다.

펀드 매니저 개인의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인재 영입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금리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받게 되자 헤지펀드들은 더욱 큰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FT는 “실적이 부진한 운용사들은 감원을 비롯한 비용 절감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헤지펀드계 전설’로 꼽히는 켄 그리핀이 이끄는 시타델은 고객들에게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가량의 이익을 분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상 헤지펀드들은 운용 중인 펀드의 규모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수익을 나눠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타델은 2018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약 250억달러를 환원했다. 시타델은 2022년 플래그십 펀드 수익률을 38.1%까지 높이고 사상 최대 수준인 160억달러의 이익을 거둬들이면서 역대 가장 성공적인 헤지펀드로 자리매김했던 바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