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세계 1위’는 삼성일까, 애플일까. 출하량으로 따지면 1위는 삼성전자(점유율 20%)다. 애플(16%)보다 4%포인트 높다. 하지만 매출로 보면 삼성(17%)은 애플(4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에 비해 헐값에 팔린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운영체제(OS)를 꼽는다. 자체 OS(iOS)를 쓰는 애플은 아이폰에 최적화된 앱만 골라 탑재할 수 있는 점을 살려 처음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밀어붙였지만, 구글 OS를 빌려 쓰는 삼성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제조 능력을 갖추고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은 삼성전자에 이 모든 난제를 한번에 풀 수 있는 ‘만능키’다. 스마트폰 주인의 사용 습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똑똑한 AI’가 주인이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떠먹여 주는 만큼 구글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어서다. 온디바이스 AI, 190조원 규모 성장온디바이스 AI의 사전적 의미는 ‘클라우드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각하는 기능을 갖춘 전자기기가 나온다는 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주인의 사용 습관을 AI가 실시간 ‘학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으로 자주 검색한 외국어를 그다음부터는 자동으로 번역하는 식이다. 저화질 사진도 스스로 고화질로 바꿔준다. 에어컨에 이 기능을 적용하면 집에 있는 사람들의 체온과 바깥 기온, 습도 등을 종합해 온도와 바람 세기 등을 알아서 설정한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는 만큼 지금보다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보안 관련 걱정도 사라진다.
이런 점을 감안해 시장조사업체 IDC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확대돼 2027년에는 1500억달러(약 1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AI 성능이 스마트폰 판도 바꾼다
당장의 온디바이스 AI 전장은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7일 미국에서 공개할 예정인 갤럭시S24를 ‘AI폰’으로 정의했다.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과 영국 지식재산청(IPO)에 AI폰 관련 상표 등록을 마쳤다.
갤럭시S24에 실시간 통역 통화인 ‘AI 라이브 통역 콜’이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2년간 AI폰 시장에서 50% 가까운 점유율로 1위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 업체들이 이 시장을 삼성에 그냥 내줄 리 없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를 심은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은 아직 완성된 모습은 아니지만 온디바이스 AI를 내건 초기 형태의 스마트폰을 이미 내놨다. 샤오미가 작년 10월 출시한 샤오미14가 대표적이다. 오포는 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알리바바와 협업해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를 기점으로 AI폰 붐이 일면서 2027년에는 전체 시장의 40%(5억2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온디바이스 AI의 영역이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과 ‘차세대 모바일 기기’로 불리는 확장현실(XR) 헤드셋으로 넓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헤드셋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로 밥상에 놓인 음식 정보를 수집한 뒤 AI가 분석해 칼로리를 알려주는 식이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이 헤드셋만 쓰면 누군지 알 수 있는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된다는 얘기다.
■ 온디바이스 AI
인터넷과 클라우드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인공지능(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 스마트폰, TV, 가전 등의 기기에 적용돼 사용자 맞춤형 기능을 제공한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