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약발' 벌써 떨어졌나…빅테크 주가 휘청이는 이유는

입력 2024-01-04 09:39
수정 2024-01-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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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술주 상승세를 이끌었던 빅테크 주가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낮춰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인공지능(AI) 열기가 식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작년 상승 랠리를 이끌었던 빅테크 주가가 올해 뉴욕증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등의 주가를 추종하는 '블룸버그 매그니피센트7 주가 수익률 지수'는 작년 말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한 달 여 만에 가장 긴 하락세를 기록했다.



매그니피센트7의 시가총액은 4거래일 동안 3700억달러 감소했다. 애플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애플은 올해 들어 2거래일 동안 주가가 4.4% 하락했다. 빅테크의 주가 흐름이 부진해지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수 하락률은 3.5%를 기록했다.

미국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그룹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소스닉은 "빅테크의 부진은 상승 랠리가 멎어가는 현상으로 해석된다"며 "작년 랠리를 이끌었던 상승 모멘텀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면 AI로 인한 랠리가 끝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수는 거시 경제가 꼽힌다. 투자자들이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은 커졌지만, 인하 폭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경기 연착륙 확률을 낮춰 잡는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이 때문에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수요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2일 애플의 투자 등급을 ‘비중 축소(underweight)’로 하고, 목표 주가를 기존 161달러에서 16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팀 롱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15의 판매가 부진했으며, 올해 나올 아이폰 16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믿는다”며 “다른 하드웨어 카테고리는 여전히 (판매) 약세를 보일 것이고, 서비스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롱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 약세와 선진 시장의 수요 감소를 이유로 들었다. 거시 경제가 둔화하게 되면 애플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빅테크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작년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지만, 이는 착시 효과라는 주장이다. 작년 3월 은행 위기로 인해 미국 증시가 대폭 하락한 뒤 회복하면서 상승 랠리가 펼쳐졌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 탓에 올해 초 나타난 하락세가 주가 조정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스닉 전략가는 "지난달에는 증시 전체가 과열된 탓에 주가가 치솟은 것처럼 보였다"며 "올해 수익성이 큰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의 주가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