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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주가가 새해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급락했다. 바클레이스가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한 데다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랠리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을 던진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시총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격차는 더욱 좁혀졌다. 애플이 나스닥지수 전체를 끌어내렸지만 MS는 오픈AI에 대대적으로 투자해놓은 인공지능(AI) 성장동력으로 이를 방어했다. AI 관련 투자 수요가 새해에도 뉴욕증시를 이끈다면 시총 1, 2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폰 수요 약화”
이날 애플 주가는 약 3.58% 내린 185.64달러로 마감했다. 주가 하락으로 이날 애플의 시총은 2조8870억달러로 줄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랠리를 이어오던 애플 주가가 내려앉은 것은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보고서 때문이다. 이날 바클레이스는 애플의 투자 등급을 ‘비중 축소(underweight)’로 하고, 목표 주가를 기존 161달러에서 16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팀 롱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아이폰15의 판매가 부진했으며, 올해 나올 아이폰16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믿는다”며 “다른 하드웨어 카테고리는 여전히 (판매) 약세를 보일 것이고, 서비스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롱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 약세와 선진 시장의 수요 감소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규제 리스크도 애플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꼽았다. 롱 애널리스트는 “올해 구글 트래픽획득비용(TAC)에 대한 첫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앱스토어 관련 조사도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앱스토어를 비롯한 애플의 서비스 사업 부문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현재 애플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미국 검색엔진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구글이 애플 기기에 기본 검색엔진으로 적용하는 대가로 검색 광고 수익의 36%를 애플에 지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진행 중인 구글 반독점 소송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애플이 받는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S와 시총 격차 좁혀이날 애플로 인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45.41포인트(1.63%) 밀린 14,765.94로 장을 마무리했다. 반면 MS 주가는 370.87달러로 마무리하며 전장보다 1.37% 하락한 데 그쳤다. MS 시총은 2조7560억달러로 애플과의 격차가 좁혀지게 됐다.
MS는 약 130억달러를 투자한 오픈AI가 생성형 AI인 챗GPT로 주목받으며 AI 선도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올해도 뉴욕증시에서 AI 관련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MS 주가 역시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부진과 MS의 상승세가 좀 더 지속될 경우 시총 1, 2위인 애플과 MS의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MS 또한 규제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MS는 오픈AI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데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MS와 오픈AI의 실질적 관계가 합병은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CMA는 MS와 오픈AI의 투자협력 관계를 합병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를 조사하기 위해 예비 자료 수집에 나섰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MS와 오픈AI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